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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구리 꺾고 4억1000만원 확보…10번기 최소 무승부

‘고원의 결투’ 1차전 때의 이세돌과 구리. 두 사람은 지난 5월 말 중국 윈난성 샹그릴라에서 10번기의 제5국을 치렀고, 이 대국에서 이9단이 승리하며 승기를 잡았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일단 4억1000만원은 확보하고….’

‘쎈돌’ 이세돌 9단이 ‘신의 땅’에서 치러진 세기의 10번기 제7국에서 최소한 무승부는 ‘확보’했다.

한국바둑과 중국바둑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 31일 쿤룬산맥과 히말라야로 둘러싸인 신비의 고원 티베트에서 반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두 사람이 일전을 치른 곳은 중국 시짱 자치구의 수도 ‘라싸(拉薩)’다. ‘라싸’는 티베트어로 ‘신의 땅’. 백두산(해발 2750m)보다 무려 900m나 높은 고도 3650m에 위치해 있다. 티베트의 정치·경제·문화·종교의 중심지인 라싸는 1년간 총 일조량이 3000시간이 넘어 ‘태양의 도시’라 불리기도 한다.

구리를 응원하는 중국의 바둑팬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이9단이 4승2패로 앞서 가운데 ‘우승을 향한 질주’와 ‘반격의 교두보 쌓기’를 놓고 벌어진 이날 대국에서 이9단은 구리 9단의 대마사냥에 성공하며 승리를 거머쥐어 5승2패를 기록했다. 남은 세 판은 모두 내줘도 5승5패 무승부를 기록하고, 한 판만 이기면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된다.

이날 흑을 잡은 이9단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적인 집 차지에서는 밀리며 실리 부족에 시달렸지만 중앙 일대 백에 대한 공격에서 성공을 거두며 비교적 편안한 승리를 거뒀다. 구리 9단이 최대한 까다로운 수로 변화를 모색하려 했지만, 우중앙 대마를 향한 이9단의 일직선 공격이 통렬해 구리 9단으로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237수에 이르러 구리 9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돌을 던져 패배를 인정하는 길뿐이었다.

10번기 제6국 때의 복기 장면.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이로써 우승상금 500만 위안(약 8억2000만원)의 절반을 확보한 이9단은 이제 매번 판당 4억1000만원짜리 바둑을 두게 됐다. 1승을 더해 우승을 차지할 경우 올해 상금만으로만 이미 10억5000만원을 확보, 지난 2001년 이창호 9단(10억2000만원)이 세운 역대 ‘한 해 최고 상금’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게 된다.

한국바둑의 새로운 역사가 될 10번기 제8국은 이달 28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다. 충칭은 구리 9단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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