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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별곡]‘동해안 더비’ 이긴 황선홍 “무슨 말이 필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46)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동해안 더비’로 불리는 31일 울산 원정을 2-1 역전승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 등 잇단 토너먼트 탈락으로 우울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성과다. 황 감독은 “팬들이 더 신경쓰는 경기를 이겼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며 웃었다.

동해안 더비는 K리그에서 특별한 라이벌 매치 중에 하나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래식 라이벌’ 코너를 통해 소개돼 세계적인 더비로 인정받았다. 2011년 이후 두 팀이 가진 14차례의 맞대결에서 무승부가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화끈한 승부를 펼쳤다. 특히 지난해에는 포항이 마지막 울산전에서 1-0 승리로 짜릿한 K리그 역전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동해안 더비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날 동해안 더비의 관중 숫자가 그 증거다. 이날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5137명. 올시즌 울산의 평균 관중 기록(7487명)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황 감독이 경기 전 “안 그래도 우리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기 싸움에서 눌리겠다”고 걱정했을 정도였다. 포항은 지난달 27일 FC서울과의 ACL 8강 2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뒤 3일 만에 경기를 치러 여러모로 불리한 일정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였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불리한 일정도, 원정의 어려움도 포항의 악바리 정신을 누르지는 못했다. 전반 26분 울산이 자랑하는 장신 골잡이 김신욱에게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내준 게 오히려 역전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 포항은 전반 29분 강수일이 역습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더니, 후반 3분에는 김재성이 김승대의 크로스를 호쾌한 발리슛으로 연결해 2-1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21분 수비수 배슬기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마지막 악재까지 잘 극복하면서 관중석에선 포항 승리를 자축하는 ‘영일만 친구’가 울려 퍼졌다. 황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칭찬했고, 적장인 울산 조민국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에서 밀렸다. 하필이면 동해안 더비에서 이런 패배를 당해 아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포항이 동해안 더비에서 얻은 수확은 단순히 승점 3점만이 아니다. 선두 경쟁중인 전북이 이날 전남에 1-2로 역전패하면서 승점에서 44점으로 같아졌다. 골득실에서 밀리고 있지만 K리그 2연패에 도전할 발판은 마련됐다. 황 감독은 “ACL 탈락으로 우리 선수들이 목표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날 승리로 K리그 역전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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