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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부르는 남자, 내 이름은 이태양

“오늘 왜 비가 오는 줄 알아요?”

한화 정근우는 2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이태양(24·한화)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날 선발 투수 이태양은 조용히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몸을 풀며 등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화 투수 이태양. 한화 이글스 제공

정근우는 이태양을 ‘이태비’라고 부른다. 이태양이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유난히 하늘에서 비를 뿌리기 때문이다.

이태양이 선발 대기한 날 중 비가 와서 취소된 것은 8월에만 두 경기가 있었다. 8월 4일 두산전과 10일 LG전이 모두 비로 취소되면서 이태양의 선발 등판이 두 차례나 연속 연기돼 선수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취소되지 않더라도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경기한 적도 여러 번이다.

어릴 때부터 업어키워주신 할아버지·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한 이태양은 손자가 던지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며 그동안 야구장에 못 오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두 번이나 홈경기에 어렵게 초대했다. 그러나 여수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올라오시기로 한 6월20일 대전 LG전이 취소돼 많이 속상해했다. 7월23일 대전 NC전에도 비가 예보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대전행을 취소했는데 이날은 비의 양이 적어 경기를 하는 바람에 더욱 아쉬웠다. 이태양은 생애 첫 선발된 올스타전에 등판해서도 비를 맞으면서 던졌다.

이름과 정반대로 올해 유난히 비와 인연이 깊은 이태양은 이날도 그라운드를 촉촉히 적시는 비를 바라보며 몸을 풀었다. 그만 들어오라는 선수들의 권유에도 고개를 흔들며 자기 최면을 걸듯 말했다. “비 안 올 겁니다.”

그러나 비는 그치지 않고 경기를 시작할 수 있을만큼만 내렸다. 이태양은 이날도 비를 맞으며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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