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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추리클럽 가입 앞둔 라이언킹의 포효

‘라이온킹’ 이동국(35·전북)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1979년생으로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축구 선수로는 ‘환갑’이라 불리는 나이에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처음 국가대표가 된 이후 16년 4개월이 흘렀다. 그는 2개월만 더 뛰면 골키퍼 이운재(41)가 보유한 역대 최장 기간 국가대표 활동 기록을 넘겨받는다. 2일 대표팀에 소집된 이동국은 “나도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다”면서 “그라운드는 나이를 잊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의 활약을 살펴보면 그의 발언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동기생 대다수가 이미 은퇴했지만, 그는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득점(11골)과 공격 포인트(17개)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움도 6개를 기록해 올 여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떠난 이명주(알 아인·9개)에 이어 2위다. 차기 사령탑이 확정되지 않아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맡게 된 신태용 대표팀 코치는 “이런 활약을 보여주는데 국가대표로 뽑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동국 | 사진 = 스포츠경향D/B

이동국의 물오른 기량은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시작된 첫 훈련에서 잘 나타났다. 능숙한 볼 처리뿐 아니라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돋보였다. 후배들의 입에서 찬사가 나왔다. 이청용(볼턴)은 “내가 형 나이 때 형처럼 뛸 수 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했고, 이근호(상주)는 “검사를 한 번 해봐야 한다. 나이를 잊게 할 만큼 잘하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기념비적인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전까지 A매치 99경기에 출전한 그는 베네수엘라(5일·부천), 우루과이(8일·고양)와의 A매치에 출전하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하게 된다. 한국 선수로는 홍명보(135경기)·이운재(132경기)·이영표(127경기)·유상철(122경기)·차범근(121경기)·김태영(105경기)·황선홍(103경기)·박지성(100경기)에 이어 9번째 영광을 안게 된다. 이동국은 “전북 최강희 감독님이 ‘네 실력으로 100경기 채우게 됐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지난 99경기와 똑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경기 수만 늘리는 것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센추리클럽에 걸맞은 활약이 욕심난다는 것이다. 이동국이 A매치에서 마지막으로 득점을 기록한 것은 2012년 11월 호주와의 평가전 때였다. 이번 소집에선 대표팀 막내이자 13살 아래인 손흥민(22·레버쿠젠)과 호흡을 맞춘다. 마침 이동국과 손흥민은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카타르와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동국이 날린 발리슛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떨어진 것을 손흥민이 밀어 넣으면서 2-1로 승리했다. 당시 손흥민은 “동국형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올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동국은 “흥민이가 그때보단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내가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또 다른 미래도 바라보고 있다. “뛸 수 있을 때까지는 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동국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그는 4년마다 개최되는 아시안컵(2000·2004·2007년)에 3번 출전했지만 우승 경험은 아직 없다. 이동국은 “아직 아시안컵을 생각하는 것은 이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심히 뛰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언젠가 팬들에게 내가 해왔던 축구 인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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