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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성재 아나 “예능에 욕심 없는 이유? 스포츠도 예능처럼 재밌게 할 수 있으니까!”

한국 방송가에서 아나운서 배성재(36)의 입지는 독특하다. 매주 주말 잉글랜드 프로축구를 새벽까지 중계하고, 최근까지 스포츠뉴스를 진행한 원래 아나운서다. 하지만 축구리뷰 프로그램에서 헬륨가스를 마시고 진행을 하거나, 안색 하나도 변하지 않고 촌철살인 예능인 뺨치는 개그감각을 가졌다.

하지만 일부 아나운서들이 동경하는 예능프로그램에는 정작 생각이 없다. 그가 잘하고 좋아하는 축구, 중계, 개그는 모두 아나운서 그리고 스포츠 프로그램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다. 그는 올해 소치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브라질월드컵, 다가올 인천아시안게임까지 SBS 중계 진영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부터 추진됐던 인터뷰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시점에서 성사됐다. 직접 만난 그는 관심사가 많고, 좋아하는 분야에는 박식함을 뽐내면서도 소신은 명쾌하게 밝히는 사람이었다. 시청률 최하위 기록을 냈던 브라질월드컵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국의 탈락 후 오히려 축구를 즐기며 중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도 좋지 않았던 데다 기대감이 컸던 탓에 부담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회전부터 시청률 관련 각종 지표들이 좋지 않았죠. 전략 상 놓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되잖아요. 시청자에게 항상 최고의 중계를 전한다는 각오였어요.”

그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SBS 중계단에 포함돼 각 경기장을 누빌 예정이다. 축구는 물론이고 야구 외에는 다른 경기 중계 경험도 많다. 비치발리볼로 중계생활을 시작한 그는 비치발리볼 여자부를 꼭 챙겨봐야 할 종목으로 꼽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배성재하면 축구, 축구하면 배성재를 빼놓을 수 없다.

“전 뼛속까지 ‘축빠(축구마니아를 뜻하는 은어)’에요. 공통의 규칙을 가지고 각기 다른 국가, 인종, 문화, 종교를 가진 전 세계인들이 함께 열광하는 게 정말 좋아요. 그런데 평소에는 또 각국의 클럽으로 모이잖아요.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 만들어지기 인류 공통의 언어가 있었다고 하는데 마치 축구가 그 언어 같아요. 학창시절부터 해외스포츠를 즐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곁에 두고 접했어요.”

그는 단지 사실만을 전하던 과거의 스포츠 아나운서와는 달랐다. 중계를 하며 누리꾼 사이에 유행하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녹이면서 독특한 입지를 확보했다. 그가 매주 목요일 밤 1시에 진행하는 <풋볼 매거진 골!>은 그의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마치 MC, 패널들과 만담을 진행하는 듯한 모습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박지성의 아내가 된 김민지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출 당시에는 배성재의 웃긴 코멘트만 모아 올라온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20~3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풋볼 매거진 골!>의 방송시간이 심야 예능 이후에요. 요즘 젊은 시청자들은 TV시청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죠. 그게 TV 시청률의 전반적인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스포츠 역시도 방송사에서는 변두리 콘텐츠지만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는 예능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웃길 필요가 없었지만 예능의 문법을 충분히 스포츠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좀 더 많은 시청자들이 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겠죠.”

그는 매일 스포츠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띠편성’을 소망하고 있었다. 그는 굳이 예능에 나가지 않더라도 스포츠를 소재로도 유쾌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예능 <매직아이>에 출연했다가 조용히(?) 하차했다. 그는 평소 “예능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천명하고 다닌다.

“<매직아이> 녹화를 하는데 김구라씨가 저보고 ‘아나운서가 야망이 없어’하는 말씀을 들었죠. 그런데 전 그 야망이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제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거든요. 아나운서도 언론인이잖아요. 입사할 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지만, 이제 어렴풋이 어느 정도 선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포츠 캐스터를 가장 좋아하는 그지만 라디오에도 애정이 많다. 중계와 전혀 다른 잔잔한 발성과 음악적 지식이 충족되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이미 축구 캐스터로 큰 인기를 얻은 그이기에 당분간 그의 마음대로 하고 싶은 분야에 도전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 그는 당장 인천아시안게임이 눈앞에 있다.

“중계를 할 때 긴장을 전혀 안 해요. 다른 말로 하면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 될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중계도 즐기면서 좋은 중계를 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중계를 못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여전히 축구를, 야구를 볼 거거든요. 누구도 그 즐거움을 제게서 뺏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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