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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첫우승…진짜 1인자 된 ‘암벽여제’ 김자인

마지막 손잡이에 로프 고리를 걸었다. 평소라면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칠 여제가 이번엔 벽에 매달린 채 어깨만 들썩였다. 한참이 지난 뒤 출발점까지 내려온 그의 얼굴에선 눈물자욱이 가득했다. 스포츠클라이밍 간판스타인 김자인(26)이 자신의 별명인 ‘암벽여제’에 어울리는 자리에 올랐다.

김자인은 15일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 여자부 리드에서 우승했다. 세계랭킹 1위인 그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물을 펑펑 흘린 김자인은 “믿기지 않는 순간”이라며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만 세 번 목에 걸었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각종 국제대회를 휩쓴 리드 세계 최강자다. 그런데 유독 최고 권위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선수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자인은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다섯 차례 출전했으나 준우승만 세 차례. 특히 2012년 대회에선 종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드에서는 예선과 준결승을 1위로 통과하고도 결승에서 앙겔라 아이터(오스트리아)에게 고배를 마셨다. 리드 월드컵에선 올해에만 세 번을 우승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이었다.

‘암벽여제’ 김자인(가운데)이 15일(한국시각) 스페인 히혼의 팔라시오 데 데포르테스에서 열린 세계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리드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올댓스포츠 제공

그러나 개인 통산 여섯번째로 출전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 준결승 1위에 이어 결승까지 완등해 기립 박수를 받으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김자인은 “금메달을 너무 원했지만 그냥 대회를 즐기자며 욕심을 억눌러왔다.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김자인은 “오늘은 나에게 최고의 날이다. 항상 원하던 세계선수권 우승을 완등으로 이룬 게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6일 귀국하는 김자인의 다음 목표는 다음달 1일부터 인도네시아 롬복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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