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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박주희 “무표정할때 무심하게 보여 무섭대요”

만약 회사에 이런 신입사원이 들어온다면 어떨까.

제출한 보고서는 엉망이고, 다시 작성하라고 하는 팀장에게 “제가 시간 맞춰 일을 끝내면 팀장님은 뭘 거실 거예요?”라고 되묻는다. 퇴근하라는 팀장에게 “약속대로 손가락을 내놓으라”며 가위를 들이대고 급기야 집까지 들이닥친다. 깨진 컵 유리 조각을 씹어 먹고, 연필로 손바닥을 찌르고, 압정으로 공격하는 무서운 신입사원.

지난 11일 개봉된 영화 <마녀>에서 박주희(27)는 무서운 신입 ‘세영’을 맡아 공포의 중심에 선다. 평범한 얼굴로 만들어내는 공포는 실로 대단한 수준이다. 악녀를 대표하는 얼굴도 아니고 대단한 괴력을 보여주지 않는데도 소름이 돋는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실제 모습이 너무 예뻐서 상대를 놀라게 하는 박주희는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데 무표정할 때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웃었다. 지난 12일 서울 정동 스포츠경향 편집국에서 만난 그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 긴장 한걸 안 보려 주려고 하다보니 세영이처럼 단답형으로 말하게 된다. 감정 표현이 없다보니 무심하게 보이는데, 그게 무서워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면의 소녀>(2012)로 처음 만난 유영선 감독은 박주희의 첫 인상이 바늘 같았다고 한다. 유 감독은 처음부터 박주희를 염두해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 당시 제목은 <마성의 소녀>였다.

“제목만 듣고 좀 진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오글거렸어요. 완성된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감독님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사실 감독님의 더 센 작품도 많이 봤기 때문에 이만한게 다행이다 싶었죠.”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는 그녀는 전형적인 공포 영화도 아니고, 연필, 압정 같이 현실에서 느껴봤음 직한 고통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세영의 여러 악행이 나오는데, 박주희가 가장 쾌감을 느꼈던 것은 상사의 칫솔로 신발을 닦는 것이었다. 그는 “써먹어도 될 만큼 적절한 수위라고 느껴 재밌었다”고 말했지만 “나라면 신발을 여러 번이 아닌 한번만 문지를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마녀>는 3000만원의 적은 제작비를 들여 2주간 12회차 촬영으로 완성했다. 한정된 제작비와 시간 때문에 연기 모니터를 바로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연기하는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후시 녹음을 할 때 편집본을 봤는데, 사운드도 배경 음악도 없으니까 이상했죠. 이건 정말 나와서는 안되는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안했어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하루 전에 스마트폰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더라고요. 후반 편집과 음악에 반했어요. 그때부터 감독님을 존경하게 됐어요(웃음).”

배우 박주희의 시작은 고등학교 시절 빠져든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덕분이다. 박신양의 출연작과 메이킹 필름을 모조리 찾아봤는데, 메이킹 필름 속에서 현장 스태프들과 웃으면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촬영장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웃음만 넘치지 않는다. <마녀>도 3시간만 자면서 촬영을 이어나갔다고. 그러나 연기 할 때는 없던 힘도 난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 ‘마녀’의 주인공 박주희

“제 성격이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같아요. 속으로는 안그런데 겉으로는 ‘왜 먹지를 못하니’라면서 툴툴거리고 못되게 굴거든요. 방어적이고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 연기를 하면서 해소 되는 것 같아요. 화내는 연기가 가장 편한 걸 보면 그렇죠. 이상하게 연기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이 악물고 하게 돼요. 체력이 안좋아서 집에서는 계속 누워있는데, 촬영할 때는 펄펄 뛰고 자전거도 타거든요.”

연기를 통해 숨은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박주희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운명처럼 보였다. 박주희는 10월 개막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전거 도둑> <주는 마음> <거인> 등 무려 3편의 작품이 초청받았다. 또 이해영 감독의 영화 <소녀>에는 박보영의 일본인 새 엄마로 등장해 전작과는 다른 에너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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