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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때문에 병까지 숨긴 아버지…” 부친상 김태영 코치, 애끊는 사부곡

김태영 전 한국축구대표팀 코치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다 브라질월드컵 전후 사연들이 겹치면서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15일 부친상을 당했다. 아버지 김점석씨는 향년 74세로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김 코치는 16일 경희대의료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아버지가 페암 진단을 받은 게 지난 5월12일이었다. 그 날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이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처음으로 날이었다. 그 때 김 코치는 아버지의 발병 소식을 알지 못했다. 김 코치는 “어머니, 아내 등 모두 숨겼다”면서 “내가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한다고 아버지도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5월말 전지훈련지인 미국으로 출국한 때도, 브라질에서 월드컵을 치른 때도 김 코치는 비보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김 코치는 브라질에서 꿈을 꾸었다. 고향 같은 시골 바닷가 길에서 자신이 아버지를 등에 업고 걷다가 아버지가 숨을 거둔 내용이었다. 김 코치는 “평소 꿈을 거의 꾸지 않는데 하도 이상한 꿈을 꿔서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다”면서 “그 때도 아내는 아버지가 아무일 없이 잘 계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숨긴 아버지의 소식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월드컵을 마치고 브라질에서 귀국한 다음 날이었다. 김 코치는 “전날 귀국하면서 쌓인 피로를 사우나에게 풀고 난 뒤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그 때 어머니로부터 처음으로 말을 듣고 너무 놀라 어떻게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때 아버지는 항암치료를 받고 계셨고 김 코치는 못다한 정성을 다해 아버지를 보살폈다. 아버지는 1차 치료는 다 받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아들 셋 중 막내인 김코치는 아버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 코치는 “선수생활을 할 때도 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걱정을 너무 하셔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다쳐도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막내 아들을 위해 발병 사실까지 숨기신 아버지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드리지 못한 게 너무 죄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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