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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토크콘서트 여는 박경림 “함께 모여 울고 웃어봐요”[인터뷰]

MBC라디오 FM4U(91.9㎒) <두 시의 데이트>의 안방마님 방송인 박경림(35)이 15년 만에 다시 토크콘서트 무대를 꾸민다. 1999년 스무살의 나이로 혈혈단신 대학로 공연장 무대에서 ‘토크콘서트’ 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그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2014년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四)생활-新 바람난 여자들>을 기획했다. 당시엔 젊음의 팽팽한 혈기,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여자의 인생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의 넓이가 있다. 그는 공연장의 넓이만큼 마음을 비워놓고 그 안에 대한민국 여자들의 희로애락을 담을 준비를 마쳤다.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1일부터 5일까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리는 공연의 얼개를 설명하고, 공연을 열게 된 취지도 밝혔다. 무엇보다 최근 자존감이 떨어지는 자신을 일으키려는 의지와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 통해 찾은 마음의 안정이 큰 힘이 됐다.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四)생활-新 바람난 여자들’을 여는 방송인 박경림. 사진 코엔

“스무살 때 토크콘서트를 처음했어요. 가수들은 자기 노래 준비해서 공연을 하면 되는데, 저처럼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기회가 쉽게 나지 않더라고요. 가수 이소라, 모델 이소라, 김국진-김용만-박수홍-김수용, 유리상자, 일기예보, 이기찬씨 등이 출연했었어요. 미국을 다녀온 후 (김)제동 오빠가 토크콘서트를 시작한 후 많은 제의를 받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실수를 하면 봐주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출산 후 자존감도 떨어지고 힘든 때도 있었는데 라디오를 하면서 청취자의 의견을 듣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용기를 냈어요.”

그의 공연은 완벽하게 여자를 위해 설계됐다. 심지어 홍보를 위한 브로셔에는 주의사항으로 ‘시댁 가족들과 함께 오지말 것’ ‘남편과 함께 오면 부부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재치있게 들어갔다. 여자에서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 성장하며 느낀 많은 필요들이 공연을 채운다.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리는 박경림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四)생활-新 바람난 여자들’ 포스터. 사진 코엔

“코너가 ‘욕해주는 여자’ ‘울어주는 여자’ ‘밥해주는 여자’ ‘놀아주는 여자’에요. 이 네 코너가 다 모여서 ‘사(四)생활’이 되죠. 대한민국 여자들은 어느새 자신의 감정 주인이 못 돼요. 내 감정으로 울고 웃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이 되는 거죠. 하지만 이날만큼은 스스로가 기쁘고 슬퍼서 울고 웃는 관객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많은 부분 여자들을 위한 설정을 넣었어요.”

콘서트는 평일 공연시간이 오전 11시다. 남편을 직장으로 보내고, 아이를 학교로 보낸 후 생기는 이른바 ‘줌마렐라’ 시간대를 고려했다. 또한 주말 공연 역시 오후 5시다. 오랜만에 도심에 공연보러 나온 만큼 7시쯤 공연이 끝나면 근처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귀가하라는 마음에서 정했다. 박경림이 직접 발품을 팔아 협찬사를 구해 참여관객들에게는 모두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 준비되고, 베일이 가린 초대손님 역시 여성들에게 ‘선물’같은 존재들이 섭외됐다.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四)생활-新 바람난 여자들’을 여는 방송인 박경림. 사진 코엔

“사전에 초대하고 싶은 인물들을 뽑아봤더니 1위부터 20위까지가 거의 다 남자배우였어요. 그래서 최근 대한민국에서 잘 나간다 하는 배우들의 일정은 모두 알 정도로 모조리 알아봤죠. 공연 중 어떤 분이, 어느 순간, 어느 위치에서 등장할지 모릅니다. 그분들은 그냥 앉아서 미소만 보여주면 돼요. 제가 분위기를 잘 이끌 거예요.”

2000년대 초반 방송에서의 박경림은 거칠 것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십여년이 넘게 흘러 그도 속이 상할 때가 많아 혼자서 눈물을 삼키고, 갈수록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방송프로그램 때문에 상처도 받는 ‘마음 약한’ 여자가 됐다. 어쩐지 생짜 신인이던 그를 거들떠보지 않던 1999년 그 시절의 박경림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비슷한 위기를 그때처럼 혼자서 패기로 넘을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어우르는 공감의 힘으로 넘을 생각이다.

“치유가 필요할 때는 혼자 울기도 해요. 방송인은 방송에서는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좀 더 강해져야겠다. 스스로를 제어 해야겠다 생각해요. 라디오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슬픈 이야기에는 눈물이 나요. 결국 방송인인 만큼 제 활력의 원동력도 사람이고, 치유의 원동력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돈이냐, 명예냐. 중요한 기준이 많지만 결국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으로 사람을 풀어가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오늘 행복하게 놀고, 또 각자의 생활로 가자’ 이 공연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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