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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아들 허웅, "기대했는데, 아빠는 역시 냉정한 분 "

KCC 허재 감독이 천천히 단상으로 올라갔다.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KBL 국내신인 드래프트. 현장을 찾은 많은 팬들의 관심은 전체 4순위를 잡은 KCC의 허재 감독이 과연 그의 아들 허웅(21·연세대)을 지명할 것인가로 쏠렸다.

그러나 허 감독은 지체 없이 고려대 슈터 김지후(1m87)의 이름을 불렀다. 장내에는 환호성과 아쉬움, 웃음이 교차했다. 앞에서 지명된 3명을 빼고 나면 다음부터는 허웅과 김지후 둘 중 누구를 뽑아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막상막하의 기량을 갖추었기 때문에 팬들은 내심 허 감독이 아들을 지명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KCC 허재 감독이 17일 2014 KBL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 원주 동부에 지명된 아들 허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L 포토

허웅(1m85)은 다음 순번에 곧바로 뽑혔다. 5순위를 쥔 원주 동부 김영만 감독이 허웅을 지명했다. 허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음은 물론이다.

허재 감독은 드래프트가 모두 끝난 뒤 인터뷰에서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부자지간에 한 팀에서 뛰는 것도 조금 그렇고, 슛이 뛰어난 김지후가 부상 중인 김민구의 빈 자리를 메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지명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이어 “섭섭하긴 하겠지만, 웅이가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면서 “이제 농구를 시작한지 10년차로 넘어가는데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열심히 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허웅은 “혹시 하고 기대했는데, 냉정하신 분이라 역시 저를 지명하지 않았다”며 “순위에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무적 함대 기아를 이끈 허 감독은 원주 나래로 트레이드 된 이후 TG 삼보 시절 우승까지 경험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원주 연고팀에 입단하게 된 허웅은 “원주에는 아버지 선수시절에 자주 따라가 봐 낯설지 않고 친근감이 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허 감독은 “웅이가 프로농구 선수로 성장해 가슴 뿌듯하다. 노력한 만큼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고, 프로농구에서 시즌때는 대학 때보다 운동량이 더 적은데 자기가 노력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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