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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국가대표 ‘13살 다정이’의 푸른색 메달 꿈

“다정아, 잠깐만 여기로 와 봐.”

한국 요트 대표팀 조준호 코치의 손짓에 수줍은 듯 고개를 쉽사리 돌리지 못하는 김다정(13·대천서중)의 얼굴은 햇볕에 타서 거무스름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나이지만, 매일 바다 위에서 살다시피하는 요트 선수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김다정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모든 종목의 한국 선수를 통틀어 최연소다. 최고령 선수인 승마의 전재식(47)과는 무려 34살 차이다. 어지간한 여자 아이돌 가수들도 김다정보다는 나이가 많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중 가장어린 13살 김다정이 17일 인천 영종도 왕산요트경기장에서 자신의 옵티미스트급 요트를 배경으로 선전을 다짐하며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다정을 만나기 위해 17일 인천 영종도의 왕산요트경기장에 갔을 때, 마침 그는 훈련을 하러 바다로 나가고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배를 빌려 타고 요트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바다 위까지 가야만 했다.

김다정이 요트를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생일이 빨라 동갑내기들보다 일찍 학교에 입학한 김다정은 요트를 해보겠느냐는 체육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호기심이 생겨 시작하게 됐다.

“제가 다니던 청파초등학교에 마침 요트부가 있었어요. 사실 제가 공부보다는 뛰어 노는 걸 더 좋아했거든요. 체육 선생님이 권하시기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그해 겨울에 처음으로 대회에 나갔고요. 부모님도 한 번 해보라고 도와주셨어요. 이번에 국가대표로 뽑히니까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김다정이 출전하는 옵티미스트 종목은 1인승 딩기(엔진과 선실이 없는 소규모 요트)다. 배도 길이 2.3m, 무게 35㎏에 불과하다. 윈드서핑 종목을 제외하면 무게가 가장 가볍다. 최대한 가벼운 선수가 타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15세 미만의 체구가 작은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고는 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요트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수줍은 소녀라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김다정은 의젓하기만 했다.

“신경쓸 게 한두 개가 아니죠.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배가 가라앉으니 신경을 써야 하고요.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많이 아쉬워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숙소에서 전화로 자주 연락합니다. 친구들이 응원 많이 해줘서 힘이 나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김다정은 한층 더 금메달 욕심을 내고 있다. 아직 어리지만 금메달을 따겠다는 의지만큼은 언니, 오빠들 못지않다.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인 김다정이 17일 인천 영종도 왕산요트경기장에서 오트를 타고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아시안게임 1등이 목표예요. 실수만 안하면 자신 있어요.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선수들이 옛날에는 엄청 잘 탔는데 지금은 저도 연습을 많이 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솔직히 부담도 많이 되지만 다른 경기 때도 그런 경험을 해봤고요. 그냥 재밌게 놀다 온다는 생각으로 경기하려고 합니다. 금메달 따고나서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 많이 먹으러 다닐래요.”

그저 말뿐이 아니다. 김다정은 올해 열린 제28회 대통령기 시·도 대항 전국 요트선수권대회 여자 중등부, 제43회 전국소년체전 요트 옵티미스트 여중 개인전 및 단체전, 제14회 해양경찰청장배 전국 요트대회 옵티미스트급 여중부에서 모조리 금메달을 땄다. 여기에 캐나다팀과 합동훈련을 하면서 기량을 더 끌어올려 자신감이 충만하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옵티미스트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는 한국 요트계가 김다정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목표가 큰 만큼 김다정은 훈련하면서 여러가지 부분을 세세하게 점검하고 있다.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스타트 때 자리잡기를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고, 주위 환경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옵티미스트처럼 배 규모가 작은 종목들은 주위 환경, 특히 바람과 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중 가장어린 13살 김다정이 17일 인천 영종도 왕산요트경기장에서 자신의 옵티미스트급 요트를 타고 훈련을 하고 있다. 김다정양의 요트에 붙어 있는 1등이라는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요트 한 편에 하트 모양의 흰색 스티커를 붙여놓고 그 안에 ‘1~등’이라는 단어를 적어 놓은 것만 보면 김다정은 여지 없는 13살 소녀지만,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어엿한 숙녀 같았다.

김다정은 향후 목표에 대해 “모든 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김다정의 ‘푸른색 메달 꿈’이 영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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