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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밴드 '장미여관'에게 궁금한 10가지…10문10답

이 유쾌함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연거푸 밀려드는 이 친근함은 또 어디서 비롯됐을까. ‘대세’ 밴드로 활동 중인 장미여관,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건 흥미롭다.

지난 여름 인천 펜타포트를 비롯해 각지의 음악페스티벌에서 ‘장미여관’이 호명됐을 때의 풍경은 이들의 오늘을 분명히 일러준다. 장미여관의 차례가 돌아오면 객석은 삽시간에 열띤 함성으로 달아오른다. 세칭 일컫는 ‘현장 빨(기세)’은 몸값 비싼 해외 밴드들과 대적해도 밀릴 게 없다.

인디 밴드로서 써내려간 공연 기록도 유익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 치러진 ‘빈방없음’이라는 전국 투어는 밴드 결성 이후 처음 시도한 것이었지만, 10개의 행선지 마다 빈자리가 드물었다. 인디 출신의 밴드가 전국 투어를 벌이는 것도, 나아가 3만명의 누적 관객을 불러 들인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사이 버젓한 팬클럽도 생겼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한 팬클럽의 이름은 ‘장기투숙’이라고 한다.

‘넌 내 스타일 아니야’란 노래를 발표하고 종횡하고 있는 장미여관을 스포츠경향이 최근 만났다. 노래 ‘넌 내 스타일 아니야’와 뮤직비디오는 다시 살갑고도 익살맞다. 해학 가득한 이들과 주고 받았던 많은 이야기를 10문10답으로 정리한다.


Q1. 지난 여름 각종 페스티벌에서의 활약이 대단했지요?

= 윤장현(베이스); 에…. 레인보우, 사운드홀릭, 펜타포트, 렛츠록, 이디야페스티벌…. 와 많이 나갔네요. 이번 공연 대부분은 게다가 메인 무대였답니다.(웃음)

= 강준우(보컬 겸 기타): 공연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몰려든다는 느낌이랄까요? 꽉 차있는 느낌도 좋았고,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를 때의 쾌감도 정말 좋았습니다.

= 육중완(보컬 겸 기타): 정말 음악할 맛 난다고 할까요? 포기했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싶어요.(장미여관은 부산 등 지방 각지에서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탄생한 팀이다. 모두 십수년째 음악을 해오다 지난해에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어느 해 서울 홍대 인근 반지하 집에 물이 들어찼을 때 덩치 큰 무명의 육중완은 너무 지친 나머지 ‘꺼억’하고 울어댔다고 한다. 그때의 음악은 멀고 힘겨웠다.)

= 배상재(기타): 가득찬 관객들을 보면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이고 하게 돼요. 저희들에게는 이 모든 게 꿈같은 일이니까요.

Q2. 상반기 리메이크한 옛 가요에 대한 호평도 많아요.

= 육중완: 영화 <수상한 그녀> OST로 ‘나성에 가면’을 발표했고, MBC <불후의 명곡>에서는 ‘이별의 종착역’을 불렀죠. 이상하게 이 두 노래를 부를 때면 꼭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노래 내용이 진짜였고, 진심이었다는 느낌 말이지요. 우리와 특히 잘 맞다 싶기도 하고요.

= 윤장현: 예전 노래가 촌스럽다는 건 선입견인 것같아요. 그 멜로디의 세련됨이란…. 당시 국내에서는 없었던 장르인 ‘록’같은 필도 느껴나고요.

= 배상재: 가요가 사운드적으로 장르적으로 크게 발전하긴 했죠. 하지만 대다수의 요즘 음악은 압축이 많이 돼있다 할까요? 그래서 요즘 노래들은 편곡 상 손대기기가 쉽지가 않죠. 옛 노래들은 여백이 참 많아서 우리의 감정이나 장르 어느 것을 붙여도 잘 붙어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해학적인 곡도 은근히 많고요.

Q3. 장미여관은 어느 장르를 추구하는 밴드라고 해야 할까요?

= 배상재: 그냥 밴드라고 해주면 감사하고요. 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

= 육중완: ‘한국적인 밴드’도 좋고요, ‘진심 밴드’라 불러줘도 영광이고요.

= 강준우: 누군가는 ‘추임새 밴드’라고도 하던걸요? 공연에서도, 음악에서도 하도 추임새를 많이 쓴다고 해서….

= 육중완: 추임새가 많긴 해요. 요번 노래에도 추임새를 넣기 위해 4개의 트랙을 아예 따로 잡았지요. ‘얼쑤’, ‘예’, ‘어히’ 하면서요. 추임새가 화음으로 펼쳐지기도 하고…. 진짜 왜 이렇게 추임새가 많지?

Q4. 노래 속 주인공들이 참 친근합니다.

= 육중완: 한결같이 궁상맞고 ‘찌질’하죠? 우리 이야기라서 그럴 거예요. 노래를 만들 때 가짜를 쓰면 완성이 잘 안되더라고요. 1절은 대충 나오는데 2절이 도무지 안나오고요.

= 강준우: 가짜로 쓰면 꼭 끝맺음을 할 수가 없답니다. 우리 이야기를 써야 술술 풀리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노래는 모두 장미여관 멤버들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게 되고요. (이들의 노래 속 화자는 대개 평범한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발표되면서 팀의 연혁을 처음 써내려갔던 ‘너 그러다 장가 못간다’를 비롯해 ‘서울살이’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어요’ 등에서의 ‘그’는 한결같이 잘난 게 하나 없다. 모아둔 돈도, 물려받은 재산도 없다. 누군가는 곡중 화자들이 너무 친숙하다 해서 이들을 ‘서민 밴드’라 지칭하곤 한다.)


Q5. 요즘 노래 ‘넌 내스타일 아니야’ 참 좋습니다. 뮤직비디오 속 핑크색 경운기가 멋지더군요. 소개 좀

= 육중완: 노래에 경운기 소리도 나오고, 소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시골 총각들 이야기이고요.

= 강준우: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 속 화자는 모두 아직 결혼을 못했습니다. 이 노래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읍내 나이트 클럽을 갔는데, 모두가 너무 섹시하고 도시녀 같아서 자신의 짝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지요.

= 육중완: 외모보다 마음이 더 좋은 내 짝이 어딘가에는 꼭 있을 것이라는 이야길 해요.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 중인 김광규 형님과, 개그우먼 김영희씨가 뮤직비디오에 동참해 도움을 줬습니다.

Q6. 미디 사운드가 일절 없네요.

= 배상재: 저희들 아직 한번도 미디 소스 안써봤습니다.

= 윤장현: 우리가 직접 내는 소리에 질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은 이렇게 우리 악기로 표현해내는게 더 편하다 싶기도 하고요.

Q7. 종영했던 MBC 에브리원 프로그램 <장미테레비>는 신선했습니다.

= 윤장현: 찍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 육중완: 밴드 멤버 다섯 명이 버라이어티에 다 나온 게 처음인데, 참 좋더라고요. 대중들과 매우 가까워지는 계기이기도 하고요.

= 임경섭(드럼): 밴드 멤버 전부를 버라이어티의 주된 인물로 세웠다는 점에서, 저희들은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였어요.

Q8. 육중완씨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너무 많은 걸 내보이는 것 아닙니까?

= 육중완: 다른 분들 보니까 참 깔끔하게 사는데,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제 주위 (홍대 뮤지션)를 보면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그나마 방송나온다고 해서 치운게 그겁니다.(웃음)

= 강준우: 분명 서울에 있는 집인데 왜 갈 때마다 시골 냄새가 나는 지 저는 그게 더 신기합니다. 아무튼 (깔끔하게 살지 않는)육중완씨는 설사니, 감기니 이런 저런 병에 잘 안걸립니다.

= 윤장현: 저는 자연스러워서 예쁘기만 하던걸요.

= 육중완: (옥탑방집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만원을 내고 들어간 집입니다. 반지하에서 그 옥탑방으로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룰 겁니다. 팀이 이렇게 잘돼서 거길 들어갈 수 있었던거예요.

= 윤장현: 아, 그 주변 일대 옥탑방이 육중완씨의 <나 혼자 산다> 때문에 가격이 다 올라갔다던데… (웃음)

Q9. 상반기 벌였던 공연, 만족스럽지요?

= 육중완: 원래 8개 도시였는데, 앙코르까지 하게 돼 10개 지역으로 확대됐었어요. 큰 관심 감사하기만 합니다.

= 강준우: 육중완씨가 공연 도중 걸핏하면 객석으로 뛰어내려요. 꿈쩍도 안하던 배상재씨도 공연 중에 자꾸 몸을 흔들고요.

= 배상재: 몸이 저절로 흔들리는 걸 어찌합니까…(웃음)

= 임경섭: 확실히 공연을 하면 할 수록 실력은 늘어만 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멤버 모두가 미세한 (드럼) 속도 변화까지 다 알아채죠.

= 윤장현: 정말 친숙하게 즐겨주시는 것 같아 영광일 뿐입니다. 우리 음악이며, 외모가 보통 사람들과 비슷해서 더 그런 것 같고요. 제가 봐도 우리 멤버들 그냥 옆집 사는 사람들 같거든요.(웃음)


Q10. 공연 또 준비 되나요? 정규앨범은 요?

= 강준우: 연말쯤 다시 공연을 준비할까 합니다.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고요.

= 육중완: 정규 앨범은 내년 쯤 나올 듯해요. 노래, 연주, 모든 게 우리 감정, 느낌에서 출발하고, 작업 역시 우리 손으로 모두 해내야하니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만들어가야합니다. 물론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위주 일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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