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봉중근의 AG일기]② 리더가 없다고? 경험많은 고참들 많습니다

‘스포츠경향’은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도전 스토리를 ‘봉중근의 AG일기’로 전합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발자취를 ‘AG일기’로 소개했던 LG 봉중근은 4년만에 새롭게 꾸려진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안팎 얘기를 연재합니다. 2006·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금빛 성적을 냈던 봉중근은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의 땀과 열의를 글에 담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편집자 주)


대표팀 소집된 지 나흘째. 처음보다는 팀워크가 맞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첫날보다는 표정이 편해졌다.

대표팀에 오면 일단 시즌 때 한 것은 무조건 잊어버려야 한다. 그런데 후배들은 아직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훈련을 처음 함께 할 때는 각자 다른 팀에서 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잘못 던지거나 실수하면 머쓱해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제는 그런 점들도 서서히 없어져가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 리더가 없다고들 한다. 나와 (임)창용이 형, (안)지만이 셋이 30대로 가장 선배급이다. 투수조에는 그래도 우리가 있으니 낫지만 야수에는 고참이 없다고 걱정이다.

사실 우리가 같이 한 팀으로 대회를 치르더라도 훈련 스케줄과 움직이는 동선 상 투수와 타자들이 모일 기회는 한두번 정도 말고는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각 포지션 별로 경험있는 선수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표팀 타자들은 워낙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 중심에 김현수와 강민호가 있다. 대표팀은 무조건 경험이 먼저다. 주축으로 뛰어줘야 할 박병호·손아섭·나성범 등이 모두 이런 대회에 처음 나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선수들도 있지만 메달 타이틀이 걸린, 현실적으로 병역 특례 혜택이 걸린 이런 대회는 처음이라 그들의 압박감과 긴장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김현수와 강민호는 그런 마음을 모두 겪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형이든 동생이든 얘기해주고 조언해주면서 분위기를 끌어가야 한다.

박병호(왼쪽)와 강정호

주장은 박병호다. 병호도 국가대표는 처음이지만 워낙 특출난 타자니까 예외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팀의 4번 타자고 정말 해야 될 몫이 많은 타자다.

나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주장을 해봤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전력상 비중이 크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1~2이닝 정도밖에 던지지 않았다. 불펜에서 공 받아주는 시간도 많았다. 지금의 병호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병호가 주장을 맡았지만 신경을 많이 써야 되는 그런 부분을 떨쳐내고 야구에 집중하게 해주고 싶다. 물론 주장이니 분위기는 끌어가야겠지만 현수와 민호가 야수들을 많이 끌어줘야 할 것이다. (강)정호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경험이 있어 내야를 이끌 것이다. 외야는 현수가 나서고, 포수는 민호가 (이)재원이를 이끌어 풍부한 경험으로 잘 할 것이다. 또 형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이 도와주겠다고 얘기했다.

나는 불펜에서 1회부터 수다를 떨기로 했다. 특히 (이)태양이와 (이)재학이가 아직 얼어있는 것 같다. 그렇게 듣지 않았는데 아직 말이 너무 없다. 오히려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홍성무가 더 담대한 것 같다. 아마 고참들이 많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2006년 WBC 때 그랬다. 메이저리그 선수라는 공통점 하나로 형들과 조금 얘기했을뿐 거의 말 한 마디 못하고 얼어 있었다. 그런 점들을 알기에 태양이와 재학이도 내가 많이 풀어주고 싶다. 불펜 분위기는 내가 책임지겠다.

이번 대표팀은 지금까지 대표팀과 비교했을 때 거의 새로 짜여진 팀이다. 모인 지 며칠 안 돼서 아직 완전한 팀워크는 아니지만 첫 경기까지 며칠 남아있으니 대회 때는 아마 한 팀이 돼있을 것이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