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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의 한국 우슈 “목표 상향 조정”

“홈 어드밴티지요? 절대 아닙니다. 한국 우슈의 도약을 확인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 우슈 대표팀의 투로(套路·표연무술) 종목을 이끄는 박찬대 코치(41)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 우슈인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땀흘려온 결실을 인천에서 거두고 있다는 얘기였다.

대회 첫날인 지난 20일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안겨주는 ‘깜짝쇼’를 벌인 한국 우슈가 은·동메달을 추가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국제무대에선 중국의 위세에 밀리고,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곱씹던 우슈는 이틀 동안 거둬들인 성과에 감동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한껏 의욕에 차 있다.

한국은 21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투로 남자 도술·곤술에서 이용현(21·충남체육회)이 합계 19.36점을 얻어 중국의 쑨페이위안(19.54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어진 여자 투로 검술·창술에서는 서희주가 합계 19.24점을 받아 동메달을 추가하며 잔치 분위기를 이어갔다. 여자 투로에서 아시안게임 메달은 처음이다. 전날 ‘샛별’ 이하성(20·수원시청)이 남자 장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시선을 모은 우슈가 이틀 연속 활약을 펼친 것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남자 투로 남자 도술.곤술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용현(21·충남체육회)이 경기후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아시안게임 우슈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지난 2002년 부산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동메달 3개,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더했다.

대한체육회에 드러내놓고 보고하진 않았지만, 한국 우슈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2·은2·동2개를 따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왔다. 대표팀의 안희만 감독은 “우리 우슈인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한 게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투로 3종목과 산타(散打) 7종목이 남아 있어 목표를 상향 조정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술(武術)’의 중국 발음인 우슈는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종목이다. 종주국 중국의 위세에 밀려 한국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이번에도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지난 2010년에는 일반인에게 친근감을 더하기 위해 협회 이름에 ‘쿵푸’를 더해 한국우슈쿵푸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중국 북파 무술인 장권, 남파 무술인 남권, 내륙 무술인 태극권 등 3개의 큰 줄기로 구분되는 우슈의 경기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태권도의 품새처럼 심판의 채점으로 순위를 매기는 투로 종목이 있고, 선수들이 직접 겨루는 산타 종목이 있다. 아시안게임에선 투로 남녀 4종목씩 8개와 산타 7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이 이틀 동안 메달을 획득한 분야가 바로 투로 종목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역시 투로에서 나왔다.

채점 종목이다보니 홈팀의 이점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슈의 채점 방식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심판장을 포함한 10명의 심판이 엄격한 기준을 두고 짧은 시간 안에 채점하기에 ‘사심’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난이도·표현력·규정종목 등 3분야로 나눠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고 각 분야마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표준 점수로 등위를 가린다.

“제 아무리 잘 하는 선수라도 조금만 삐긋하면 감점을 받아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운게 우슈다. 이번에 우리 선수들은 실수가 거의 없었던 반면 외국의 우승후보들은 실수가 많았다”고 설명한 박찬대 코치는 “사실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중화권 심판들의 텃세에 많이 손해를 봐 왔다. 이번에는 그런 불이익을 덜 받으며 제 기량을 평가받았다고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국내에 정식 선수로 등록된 우슈 인구는 약 1200여명 정도. 대회마다 금메달을 거의 휩쓰는 중국에 맞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우슈인들은 이번 선전을 계기로 한국 우슈가 확실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의욕에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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