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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과 쑨양의 굳은 악수, 이것이 진짜 라이벌

21일 2014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선수는 한국의 박태환도 중국의 쑨양도 아니었다. 20세의 신성 하기노 고스케(일본)가 금메달을 땄다.

박태환과 쑨양 모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신들의 뜻과 상관없이 ‘치열한 라이벌’ 분위기에 휩싸였다. 중국의 한 스포츠용품 업체는 쑨양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고 쑨양은 그 광고에서 한국어로 “제 기록해 도전해 보시죠”라고 말하는 등 ‘도발’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국의 박태환 선수가 21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미터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은메달리스트 쑨양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박태환 역시 이날 오전 예선을 마친 뒤 “이번 대회 쑨양 보러 온 것 아니다. 기록에 도전하기 위한 대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이스를 마친 뒤 보여준 모습은 서로를 도발하는 라이벌의 그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서로를 노력의 대상으로 삼은 동료이자 선후배로서의 모습이었다. 레이스를 마친 뒤 박태환과 쑨양은 레인을 넘어 서로의 손을 잡고 굳은 악수를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둘의 ‘우애’는 계속됐다. 이날 쑨양은 200m 레이스 마지막 골인 장면에서 왼손 엄지로 강하게 터치패드를 찍는 바람에 손가락을 조금 삐었다. 곁에 앉아 있다 쑨양의 부상 얘기를 들은 박태환은 쑨양에게 친절하게 손가락을 다쳤을 때 처치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쑨양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태환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쳤을 때 박태환과 쑨양이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눴다. 2010년 광저우 때부터 서로를 목표로 삼아 온 ‘라이벌’ 다운 악수였다.

그리고 이제 2명의 라이벌이 아닌 3명의 라이벌이 될 지도 모른다. 이날 깜짝 금메달을 딴 하기노 고스케는 “내 기록만 깨는 게 목표였는데, 금메달을 따서 놀랍다”며 “아직 박태환과 쑨양이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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