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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亞최강 재확인…전희숙·구본길까지 이틀간 金 싹쓸이

여자 펜싱 플뢰레의 전희숙(30·서울시청)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뗐다. 한국 펜싱의 세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은 전희숙이었다.

전희숙은 2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리 후이린(25·중국)을 15-6으로 꺾었다.

전희숙에겐 감격적인 금메달이었다. 전희숙은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일원으로 단체전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펜싱 대표팀의 주축선수다. 세계 랭킹 8위로 이번 대회 출전 선수 19명 가운데 가장 랭킹이 높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기량에도 개인전에서는 시상대 가장 윗 자리에는 서지 못했다. 대표팀에서는 늘 남현희의 그늘에서 가려져 있었다.

전희숙이 2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고양 | 이정호기자

최근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면서 기대를 모은 전희숙은 준결승에서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에 도전하던 선배 남현희(33·성남시청)에 15-7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결승에 올랐다. 그는 4년 전 광저우 대회 준결승에서 남현희와 만나 접전 끝에 14-15로 분패하면서 동메달에 머문 아픈 기억을 지웠다.

사실상의 결승이나 다름없었던 4강전에서 남현희를 꺾은 전희숙은 랭킹 11위 리 후이린을 압도했다. 4-2로 리드한 2라운드 8득점을 올리면서 단 2점으로 묶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전희숙은 “‘2인자’라는 얘기에 속상했다. 하지만 ‘2인자’라고 해서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4강 경기를 편안하게 했던 것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최고 자리에 올라선 전희숙은 가장 먼저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 동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을 때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된 것 같다는 자책감도 있었다. 그는 “‘2인자’였기 때문에 그 동안 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금메달이 필요했다”며 “금메달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바치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전희숙은 단체전 금메달까지 2관왕을 목표로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미 서른을 넘은 나이로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각오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오래 뛰는 것이 목표지만 이제 결혼도 해야하고 아이도 가져야할 나이 아닌가”라며 웃으면서 “내일 누군가와 열애설이 터질지도 모른다”라며 묘한 말을 남기고 믹스트존을 떠났고, 경기 직후 동갑내기 방송인 왕배와 열애설이 터져나왔다.

한편 뒤이어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는 세계 랭킹 1위 구본길(25·국민체육진흥공단)이 2위 김정환(31·국민체육진흥공단)과의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15-1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길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한국 펜싱은 대회 이틀간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가져오면서 아시아 최강임을 확인하고 있다. 펜싱에는 남·여 총 1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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