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장혁 “액션 배우? 코미디 배우? 멜로 배우? 나는 열정 배우” [인터뷰]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배우 장혁(38)의 남성미보다는 사랑 앞에 순정을 바치는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모습에 주목했다. 우리는 데뷔 이후 그를 강렬한 카리스마에 수컷냄새 풍기는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지난해 영화 <감기>를 분기점으로 그는 강한 부성애를 표현하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소년에서 시작해 청년, 남자 그리고 아버지로 성장한다고 했던가. 카메라 앞에서 모처럼 무게감을 벗어두고 마음껏 놀았던 장혁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원작의 느낌은 가정의 이야기였어요. 선조도 자기 얼굴,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똑같은 얼굴인 거예요. 이런 설정을 두고 코미디로 풀 것인가 아니면 홈드라마로 갈 것인가 감독과 고민을 했어요. 결국 두 남녀가 예정하지 못한 만남으로 아이부터 가지는 로맨스였지만 결국 가족을 만들기까지 과정을 보이는 사람의 이야기였죠.”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대기업 CEO로 사랑으로 성장하는 남자 이건을 연기한 배우 장혁.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그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외, 연출 이동윤 외)에서 대기업 장인화학의 경영자이자 집안의 독자 이건 역을 맡았다. 그는 집안의 유전병을 이어받아 30대 중반 즈음 비명횡사할지도 모르는 슬픈 운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 강세라(왕지원)에게 외면을 받고 온 마카오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평범한 여성 김미영(장나라)와 하룻밤을 갖게 된 후 덜컥 아이가 생기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극의 설정은 심각한 편이지만 드라마는 초반부터 가벼운 터치로 주인공들의 상황을 코믹하게 묘사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막연한 왕자님이 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사람이 된다면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치 스크루지의 젊은 시절을 생각했죠. 세상과 단절됐고 가치를 잘 몰랐지만 뒤에는 무언가를 깨닫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역이요. 특히 연출자가 제 또래라서 기탄없이 역할을 논의할 수 있었어요.”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대기업 CEO로 사랑으로 성장하는 남자 이건을 연기한 배우 장혁.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이 드라마는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장나라와 펼치는 12년 만의 호흡에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12년 전 장혁과 장나라는 서로 안부조차 물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드라마를 찍었다. 지금 평균 주인공들의 촬영장면이 13~15장면이라면, 당시에는 50장면 이상에 두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장나라의 매력을 새삼 느꼈다.

“서울 홍대에서 처음 미팅을 했어요. 그런데 12년 전 그대로의 장나라씨가 있는 거예요. 쑥스러워하고 쭈뼛거리는 모습은 똑같았지만 확실히 여유가 있었어요. 이야기에서 담백함도 느껴졌고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지금의 이미지가 지워진 이후에 다시 만나도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대기업 CEO로 사랑으로 성장하는 남자 이건을 연기한 배우 장혁.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데뷔 18년을 맞은 그는 어느새 드라마의 주 연출자가 또래가 될 만큼 연기를 했다. ‘리틀 정우성’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그는 무조건 두 가지만 생각했다. ‘대본을 볼 때 내 것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자’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열정을 갖고 가자’였다. 일단 상황이 어떻든 작품 안의 캐릭터에게 모든 걸 내던지는 것이 장혁의 스타일이다. 카리스마, 코믹, 애절한 멜로, 스릴러 등 작품의 장르는 달랐지만 일단 작품 안에 투신하는 그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MBC <일밤-진짜 사나이> 당시 붙었던 별명도 ‘열정병사 장혁’이었다.

“액션 배우라고 생각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액션을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에요. 오히려 연기를 하다가 그 배우의 연기를 위해서는 몸을 쓰는 일이 필요하니까 하는 거죠. 무술 역시 연기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말 타는 일, 영화를 보는 일 그리고 책을 보는 일 모두 배우를 위해서 스스로를 던지는 일입니다. 저는 배우라면 나이가 얼마나 먹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제어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운동을 하고, 단련을 하는 것은 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거죠.”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대기업 CEO로 사랑으로 성장하는 남자 이건을 연기한 배우 장혁.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그는 내년 초 사극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조선의 야심가로 변신해 또 한 번의 변신을 감행한다. 지금 당장은 두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 거기에 몰두할 생각이다. 그는 18년이라는 무게에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눌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앞서 나아가고 있는 선배들을 보며 자신을 다졌다.

“최민식, 한석규 선배를 보면 50대 연배에도 열정을 갖고 연기를 하시잖아요. 그 형님들처럼 배우로서 소신있게 하고 싶어요. 얼른 작품 선정을 또 해서 현장에 나가고 싶어요. 지금은 가만있으면 몸이 못 견디겠어요.”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대기업 CEO로 사랑으로 성장하는 남자 이건을 연기한 배우 장혁.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