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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전 퍼펙투’ 김광현 “결승전서 만나요”

그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했다”며 마치 말년 병장처럼 얘기했다.

사실, 군복무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합류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스무살 나이에 병역혜택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광현(26·SK)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간절했다. 운동선수로서 금메달을 향한 본능적인 관성이 있을뿐 더러 금메달을 따낸다면 해외진출을 위한 7년 연한을 채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올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김광현이 이번 대회 금메달을 향해 강렬한 시선을 보내는 만큼, 김광현을 바라보는 대표팀 동료들의 눈빛도 애절하다.

야구대표팀 김광현이 2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태국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역투하고 있다.인천 | 이석우 기자

김광현의 왼쪽 어깨가 금메달 고지를 향해 달리는 ‘류중일호’의 주동력인 것을 누구라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도 김광현을 일찌감치 28일 결승전 선발투수로 못박았다.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 태국전 선발 마운드에 올린 것도 일종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것이었다. 김광현은 평소 리듬처럼 닷새를 쉬고 선발 등판할 수 있다.

김광현은 신중히 대회를 준비했던 것 만큼 집중력 있는 경기 내용을 보였다. 비록 약체 태국전이었지만, 공 하나 하나를 성의껏 던져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엮어내며 퍼펙트 피칭을 했다. 김광현은 투구수 22개만을 기록하며 최고 구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졌고, 태국 타자들은 ‘신세계 체험’하듯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간 뒤 스윙을 하는 진풍경이 나오기도 했다.

대표팀 타자들은 시속 100㎞를 살짝 웃도는 변화구를 주무기로 던진 태국 선발 시하맛 위사루트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극단적으로 공을 당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1회에만 안타 4개와 4사구 5개에 상대 실책을 엮어 8점을 몰아낸 끝에 15-0, 5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김광현에 이어 3회부터는 유원상(3회)-이태양(4회)-이재학(5회)가 등판해 구위를 점검했다.

김광현은 “경기 뒤 불펜에서 공을 더 던졌는데 경기 때보다 더 좋았다. LG와 연습경기를 할 때보다 나아진 것을 감안하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며 “불펜에서는 슬라이더가 각도 원하는 대로 꺾었고,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다음 등판에는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스트라이크존이 프로 리그보다 넓어 좋았는데 우리 타자들은 어떨지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김광현이 꾸준히 140㎞ 중후반대를 던졌다. 볼이 상당히 좋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류중일 대표팀은 감독은 예상과는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당초 톱타자 자리에 황재균(롯데)을 넣고 3번타순에 나성범(NC)을 투입하는 라인업을 구상했지만 조별리그를 시작하며 방향을 바꿨다. 이에 1번 타순에는 민병헌(두산)을 넣고 3번타자로는 김현수(두산)을 세웠다. 황재균의 타격감이 떨어져 있는 데다 나성범의 국제경기 경험이 적은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민병헌은 3타수 2안타 1타점, 김현수는 3타수 2타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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