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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역사 김수경의 눈물…"아파서 미안해요"

베테랑 역사의 입에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원망스러운 듯 허벅지를 매만진 김수경(29·제주도청)은 “마지막이라 더 잘하고 싶었는데 얘가 안 도와줬다”며 고개를 숙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지 벌써 12년이 됐다.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시안게임, 그것도 안방에서 열렸으니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게 당연했다. 부상은 그의 머릿속에 없는 그림이었다. 김수경은 23일 인천 달빛축제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63㎏급에서 인상 1차 시기에 90㎏에 도전해 성공했으나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돼 기권했다.

김수경은 이번 대회를 잔뜩 별렀다. 그는 4년 전인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40㎏을 들어 올리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근 훈련에서 인상 111㎏, 용상 128㎏을 기록하며 당시 기록에 근접했다. 메달권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실전에 강한 김수경이라면 반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 직전 훈련에서 허벅지 근육이 찢어졌다. 아픔을 달래가며 훈련했지만 하필이면 대회 당일 부상이 도졌다. 김수경은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더 아프지 않기를 바랐지만 오늘 인상 첫 시기에서 힘 쓰는 순간 근육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수경은 인상 2·3차 시기를 포기한 뒤 용상 출전을 노렸지만 이미 그의 몸은 일어서는 것도 힘든 상태였다. 곁에서 지켜본 김기웅 여자 역도대표팀 감독은 “(김)수경이가 계속 하겠다고 하더라”며 “나중에는 빈 역기도 들지 못해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왜 자기가 미안한지…. 내가 오히려 미안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수경은 용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대회를 포기했고, 곧 선수촌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수경은 “아프지만 않으면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필이면 왜 우리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다쳤는지…”고 아쉬워하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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