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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김동선 “마지막 경기 1등 기쁩니다”

“오늘은 제가 이긴 것 아시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김동선(25)은 시상식 뒤 인터뷰장에 들어서자마자 취재진을 향해 말했다. 환하게 웃으며 씩씩하게 말하는 모습에 자신감과 만족감이 넘쳐났다.

김동선은 한국 승마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선수로 남아있다. 만 17세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승마 대표로 출전해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개인전에서는 색깔을 불문하고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도하에서는 16위, 광저우에서는 15위가 그의 개인전 성적이었다.

김동선이 23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 인터미디에이트 프리스타일 경기를 마친 뒤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동선은 잘 알려진대로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0대였던 2006년 도하 대회에 나가면서 ‘재벌의 아들이 출전한다더라’고 처음 알려진 김동선은 이후에도 성적 자체보다는 ‘김승연 회장의 승마를 하는 아들’로 더 유명세를 탔다.

이날도 김 회장과 함께 한화 그룹 임직원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워 김동선을 열렬히 응원해 수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단체전에서는 매번 금메달을 따면서도 개인전에서는 메달이 한 개도 없는 것은 그래서 승마선수 김동선에게 더욱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광저우로부터 또 4년이 지난 올해, 인천에서도 김동선은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동안의 한을 말끔히 풀었다.

김동선은 23일 인천 드림파크승마장에서 열린 2014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인터미디에이트 프리스타일에서 77.225%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개인전 예선을 겸했던 단체전(본선)에서 73.474%를 받아 황영식에 이어 2위를 기록했던 김동선은 이날 결선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합계에서 황영식에 2.587%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김동선에게는 절실하게 기다렸기에 금메달만큼 소중한 은메달이다.

김동선은 “며칠 전 경기는 몸을 푼 것이고 오늘이 더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황)영식이도 잘 알고 있다”고 농담한 뒤 “그동안은 대표팀에 단체전에서 묻어가는 느낌이었다. 광저우에서는 사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 성적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 정리해서 준비 많이 했고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보면 프로페셔널하게 헝그리 정신을 갖고 하루의 힘든 운동량을 모두 소화하고 정신력을 갖춘 채 운동하는 선수가 없다. 그런 선수는 황영식을 빼면 아시아에는 없다. 영식이는 당연히 금메달을 따야 하는 선수다”고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가 된 후배 황영식을 인정하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취미로 승마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비하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당연히 은메달에 만족한다”고 웃었다.

김동선(오른쪽)이 23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은메달을 따낸 뒤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 어머니 서영민 여사가 지켜보던 관중석으로 찾아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김동선은 당분간 선수 생활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선은 “오늘이 아마 당분간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마장마술의 꽃인 프리스타일에서 1등을 한 것이 더욱 기쁘다”고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메달을 마음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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