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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원’ 정유미 “지치고 힘들어도 연기는 내게 가장 큰 ‘치유’” [인터뷰]

“제가 원래 이런 말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개그콘서트> 코너 ‘취해서 온 그대’ 김대성의 대사가 아니다.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30)는 원래 피로를 몰랐다. 여배우지만 ‘깡이 좋다’ ‘체력이 좋다’는 말을 곧잘 들어오던 터였다. 하지만 <엄마의 정원> 초반 정유미는 피로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드라마 <엄마의 정원>에 영화 <터널 3D> 그리고 짬짬이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기절할 것 같은 매순간을 버텨야했다. 인터뷰이로 마주 앉은 정유미는 ‘힘들었다’를 입에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연기는 떼어놓을 수 있는 숙명과 같은 일이었다.

“보통 드라마 세트촬영이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있어요. 그러면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영화를 찍어요.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가 격주로 하루씩을 내주면 그 날짜에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었어요. 화요일이 하루 비는데 이때는 미뤄놨던 화보 사진이나 광고지면 사진을 찍었죠. 드라마가 시작된 3월부터 한 2개월 동안은 그렇게 하루도 못 쉬었던 것 같아요.”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에서 지고지순한 성격의 서윤주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일단 그렇게 일정이 정유미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각각의 연기도 결코 쉬운 배역이 아니었다. <엄마의 정원>에서 그는 갖은 고초를 겪으며 사랑을 완성하는 지고지순한 성격의 인물 서윤주를 연기했다. 126회 방송기간 동안 1회부터 출생의 비밀이 터져나기 시작하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극중 주인공 두 형제와 모두 감정적으로 얽혀있고 결국 차기준(최태준)과 이어지려 했으나 그의 어머니 오경숙(김창숙)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친다. 오경숙은 대리모를 제안하면서까지 서윤주를 몰아세운다. 매일매일이 우는 연기였고, 영화에서는 스릴러 장르의 주인공을 맡아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놀이터에서 한 번 밤을 새고 해 뜰 때까지 촬영을 한 일이 있었는데 <우리 결혼했어요> 촬영을 가기 위해 집에 잠깐 들렀다가 그대로 쓰러진 일이 있었어요. 다행이 몸에 큰 이상은 없었는데 그런 경험도 처음이었죠. 낮에는 녹용, 밤에는 홍삼으로 버텼어요.”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에서 지고지순한 성격의 서윤주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시어머니의 극악한 행태, 형의 여자를 사랑하는 동생 등 다분히 ‘막장드라마’의 느낌을 주는 줄거리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확실한 소신을 갖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이 인물의 악행에 이유가 없고, 배우조차도 그 이유를 모르면 ‘막장’이고, 인물이 그렇게 변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하게 그리면 ‘막장’이 아니었다. 6개월의 드라마 일정이었지만 그에게는 1년 6개월과도 같았다.

2002년 연기를 시작해 조단역을 오가던 정유미는 2008년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민은지 역을 시작으로 대중에 이름을 남기기 시작했다. <천일의 약속>에서는 지고지순한 인물,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극악무도한 악녀를 연기하던 그는 지난해 <원더풀 마마>에는 철없어 보이지만 속정이 있는 인물 등 다양한 성격을 연기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정확한 정유미의 극중 이미지를 잡아내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연기가 편할까. 궁금증이 인다.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에서 지고지순한 성격의 서윤주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100% 저를 반영한 연기는 없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착한 것 같지도 않고, 또 그렇게 못된 것 같지도 않아요. 하지만 이번 서윤주와 닮은 점은 한 번 관계를 맺으면 꾸준히 가려고 노력하는 면이에요. 심지어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100% 저를 못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악역은 연기하면 통쾌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서 좋아요.”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들어가기 전까지 그에게 연기는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버리는 일종의 ‘치료’와 같은 일이었다. 당시 완강한 성격의 아버지와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정유미는 연기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일이 너무 좋아 결국 이를 직업으로 삼아버렸다. 배우를 하려면 눈물도 많고, 피로하기도 하고, 때론 모든 게 다 귀찮은 상황도 생기지만 카메라 앞에서 감정이 터져나오는 그 한 순간의 쾌감이 모든 피로를 날리는 원동력이 된다.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에서 지고지순한 성격의 서윤주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20대는 저로서 살았던 기억이 별로 없어요. 어쩌면 이 일에 큰 목표를 갖고 들어오지 않은 걸 수도 있죠. 그냥 연기가 재밌고, 재밌어서 계속 하다보니 점점 주인공이 되고,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받는 거예요. 서른이 되니 더 늦기 전에 저를 위해서 작품도 하고,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팔다리가 멀쩡할 때 암벽도 타보고, 자전거 여행도 하고, 서핑도 배워보고 싶어요. 일단은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러 떠나요.”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보고, 자신을 잘 가누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의 바람을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정유미였지만, 그의 연기행보는 누구보다 재밌을 것 같다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에서 지고지순한 성격의 서윤주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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