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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문제적 작가 유병재, 그는 작가인가 개그맨인가 [인터뷰]

tvN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코리아>(이하 SNL 코리아) 대본을 쓰면서 출연하고 있는 유병재(26)는 인터뷰 자리에 늦게 도착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도착한 후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유병재의 모습은 좀 달랐다. 과연 이 사람이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인가, 사과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헷갈렸다. 본인은 “최선을 다해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마치 <SNL 코리아>의 한 코너 ‘극한직업’에 출연 중인 ‘매니저 유병재’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연기를 해도 연기같지 않고, 연기를 안 해도 연기같은 유병재에 대한 탐구는 그 ‘애매모호함’에서 출발한다.

유병재는 <SNL 코리아>의 작가로 2년 전부터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코너 대본에 참여하지만 그가 가장 강하게 자기 색을 드러내는 코너는 ‘극한직업’이다. EBS 교육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착안한 코너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허구의 일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작법)로 유병재가 그 주 주인공의 매니저가 돼 주인공의 각종 패악질을 견디는 모습이 그려진다. 원래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이기에 실제 매니저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케이블채널 tvN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코리아’의 코너 ‘극한직업’에서 작가 겸 연기자로 활약 중인 유병재.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일단 주인공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요.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틀을 가지고 있어서 재미가 있죠. 회의하다가 ‘네가 출연하는 게 어떠냐’는 분위기가 됐어요. 저는 ‘할 수 있을까’하고 어영부영하고 있는 바로 다음 날 촬영이 되고 이 틀이 지금까지 왔죠.”

‘극한직업’은 20대 유병재의 모든 꿈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코드가 도처에 가득하다. 그는 방송가에서 꽤 인지도를 갖고 있는 버라이어티쇼의 한 코너에서 대본도 쓰고, 섭외도 하고, 연기도 한다. 그가 갖고 있는 비루함, 비주류 감성, 찌질함, 발칙함, 처절함 등이 모두 담겼다. 그는 주인공에 따라 쌍코피 분장을 하기도 하고, 발가벗겨진 채로 쓰레기통 주변에 내동댕이쳐져 있기도 한다. 연예인 악성댓글을 막아주다 자기가 걸려들고, 눈물을 흘리거나 오줌을 지리는 일도 마다 않는다.

케이블채널 tvN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코리아’의 코너 ‘극한직업’에서 작가 겸 연기자로 활약 중인 유병재.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케이블 채널이다 보니 표현의 수위가 높아도 되는 편이라 웬만한 설정을 다 했어요. 분뇨가 나오고 피도 나왔고, 설정이지만 죽기도 했죠. 이제 뭘로 돌려막아야 할지 조금씩 걱정이에요.”

유병재는 여느 예능작가와는 다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웃기는 일이 좋아 개그맨을 꿈꾸고 자라서 신문방송학과(서강대학교)를 지원했다. 개그맨의 꿈이 있어 군대를 다녀온 후에 개그맨 시험을 봤다. 여기까지는 개그를 지망해 작가가 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블채널 tvN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코리아’의 코너 ‘극한직업’에서 작가 겸 연기자로 활약 중인 유병재.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그는 왠일인지 1년만 시험을 보고는 개그맨 시험준비를 그만뒀다. 왠지 좋은 발성과 약간은 과장된 연기가 필요한 무대연기는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모여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나를 만들고 올려 반응이 좋으면, 또 하나를 올리고 또 반응이 좋으면 더 긴 영상을 기획해 올렸다. 이때부터 그는 직접 자신이 나서는 일보다는 뒤에서 개그를 조율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음을 깨달았다. 그의 인생을 바꿔준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도 그렇게 탄생했다.

“이 영상을 본 엠넷 유일한PD에게 연락이 왔어요. ‘아 이제야 불러주나’ 싶었죠. 함께 일하는 사람도 (유)세윤이형이었어요. 2012년이었는데 엠넷 <유세윤의 아트 비디오>에서 ‘유세윤 감독’의 조수로 등장했어요.”

케이블채널 tvN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코리아’의 코너 ‘극한직업’에서 작가 겸 연기자로 활약 중인 유병재.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이때부터 유병재의 삶은 급격하게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유세윤의 아트 비디오>는 그야말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지만 유세윤의 끈을 잡은 그는 <SNL 코리아>의 작가로 입문할 수 있었고 ‘극한직업’ 코너도 시작할 수 있었다.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관리가 쉽지 않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이날 인터뷰에 늦은 이유도 며칠밤을 샜던 강행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삽시간에 유명해진 탓에 고민이 남았다. 대중은 이제 그를 서서히 ‘개그맨’으로 봐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개그작가일이 더 좋다. 방송인이 되는 일도 재미있지만 제일 재미있는 대본을 쓰는 일에 소홀해진다. 일단 단기간 목표인 ‘종자돈을 모아 떡볶이집 차리기’가 성공하면 그는 작가 본업으로 돌아가 스르륵 대중의 눈에서 사라질 일을 꿈꾸고 있다. 과연 그는 개그맨인가, 방송작가인가. 막바지까지 그의 정체는 모호하다.

케이블채널 tvN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코리아’의 코너 ‘극한직업’에서 작가 겸 연기자로 활약 중인 유병재.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누군가 <SNL 코리아>의 미래를 저보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는데요. 저는 아직까지 숲은 못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들 노력하고 있어요. 방송은… 뭐 저희만 잘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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