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카누는 왜 24년간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까

한국 카누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24년만에 금메달을 땄다. 카누 남자 카약 1인승 200m의 조광희(21·울산시청)는 29일 하남 미사리 카누 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카약 1인승 200m 결승에서 35초46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힘차에 양날 패들을 저으며 물보라를 일으킨 조광희는 레이스 내내 선두 자리를 지켰고, 마지막 순간 몸을 비틀어 배를 내미는 ‘배 밀어넣기’와 함께 1위로 골인했다.

조광희가 따낸 카약 금메달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천인식이 남자 카약 1인승 1,000m, 카약 2인승 500m, 카약 2인승 1,000m에서 3관왕에 오른 이후 24년 만에 한국이 아시안게임 카누 종목에서 따낸 금메달이다.

조광희가 28일 카약 1인승 2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남 | 이용균 기자

한국 카누가 24년만에 금메달을 따낸 것은 그동안 카누 종목의 침체 때문이라기 보다는 참가국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카누 종목은 전통적으로 유럽세가 강한 종목이다. 체격과 힘, 스피드에서 유럽 선수들에게 아시아권 선수들이 크게 밀리는 종목이기도 하다. 1990년까지는 한중일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카누 3관왕이 나올 수 있었지만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1990년대 초반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과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았던 국가들이 아시안게임 참가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부터 카누 종목에서 한국의 ‘금가뭄’이 시작됐다. 카누 대표팀의 강진선 감독은 “우리 실력이 크게 줄었다기 보다는 구 소련 연방 국가들의 참가로 순위 경쟁에서 밀린 부분이 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열린 카누 12개 종목에서 카자흐스탄이 금메달 5개, 우즈베키스탄이 금메달 2개를 따냈다.

하지만 조광희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카누 역시 ‘금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강 감독은 “카누 종목에 걸린 메달이 12개다. 한국 선수들도 이제 체격 등에서 크게 밀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금메달 여러 개가 가능한 종목”이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조광희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제 겨우 스물한살짜리 선수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잘 관리만 된다면 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