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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박해일의 결정적인 장면 셋

배우 박해일(37)의 스크린 데뷔는 2001년 개봉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다. 박해일은 당시 밴드의 리더, 성우의 고등학교 시절을 연기했다. 새하얀 교복을 입고 말간 표정을 짓던 그는 기타를 치고 또 쳤다. 당시 생짜 신인이었던 박해일은 이제 충무로를 떠받치고 있는 배우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한눈에 반한 여학생에서 말도 제대로 걸지 못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성우 대신, 제보자를 믿고 끈질지게 진실을 추적하는 <제보자>의 시사프로그램 PD 윤민철이 되어 독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14년 만에 임순례 감독과 만나 <제보자>라는 새로운 필로그래피를 쓴 박해일을 인터뷰했다. 영화 속에서 특히 박해일의 연기가 돋보이는 3가지 장면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1. 윤민철은 제보를 받고 추적하던 난자불법채취가 줄기세포 복제로 유명한 이장환 박사와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다. 팀장(박원상)은 “건드려봤다 소용없다”고 넘기려하는데, 윤민철은 이렇게 말하고는 눈을 반짝인다. “팀장님 쫄았구나. 나는 급 땡기는데!”

“그 대사는 윤민철이 뭔가 작동하려는, 시작하려하는 지점이라고 판단했어요. 눈빛으로 ‘뭔가 내가 잡았구나’ 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 제가 했지만 잘 한 것 같아요(웃음). 그런 눈빛은 윤민철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동물적 직관이 있는 언론인이라고 느꼈거든요. 그 대사도 몸에서 배어나오는 현실 밀착형이잖아요. 일상적인 말이니까 어떻게 하면 매력적일까 고민했죠. 임순례 감독님이 항상 사실적 표현에 기반을 두고 영화를 끌어나가세요. 윤민철이 영화 속에서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에 실제 시사 프로그램 PD는 어떻게 하는지 알고 가야겠다 판단했죠. 실제의 톤과 현장의 공기는 어떨 지 궁금해서 방송국 견학을 갔어요. 조감독으로 나오는 송하윤씨와 봉고차를 타고 취재 현장도 갔어요. 차량 안에서도 분명 특별한 공기가 느껴졌는데 PD분들에게서 ‘반 형사’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죠. 그 때 받은 느낌들이 연기를 할 때도 분명 좋은 재료가 됐어요.”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2. 방송국으로 찾아 온 이장환(이경영) 박사가 윤민철에게 출근이 늦다며 은근히 어깃장을 놓는다. 윤민철은 “일복이 터져서 출근 뿐 아니라 퇴근도 늦게 합니다”라고 받아치며 일갈한다. 윤민철의 기개가 돋보이는 장면.

“받아치는 대사가 매력적이죠. 현장에서 감독님과의 화이팅이 좋았어요. <와이키키 브라더스> 촬영분이 많지 않아 감독님을 자세히 알기엔 한계가 있었지만 품이 따뜻한 연출가였다는 사실만은 지금도 조각같이 선명히 기억해요. 임 감독님은 넓은 울타리를 만들어서 배우들이 맘껏 놀게 해주시죠. 당시에는 연기의 양보다 노래의 양이 더 많았어요. 밴드 멤버 4명이 자율적으로 악기를 연습하게 하셨어요. 촬영 할 때도 넓은 앵글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게끔 최소한의 연출을 하셨죠. 이장환 박사 역할은 이경영 선배님이 아니면 그렇게 잘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20년전에 이경영 선배님이 여균동 감독님 <세상 밖으로>의 주연을 하셨는데, 임순례 감독님이 그 작품 연출부셨데요. 이번에는 주인공과 연출가로 만난 건데, 연배도 비슷해서 동료애가 남다르셨죠.”

#3. 이장환 박사의 연구가 거짓이라는 윤민철의 취재는 국익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방송을 못 내보낼 위기에 처한다. 압력에 시달리던 방송사 사장(장광)이 방송 불가 장침을 정하고 떠나려는데 윤민철은 온몸을 날려 차를 막고 윤리강령을 읊는다. 진실 추구라는 주제를 함축하는 명장면.

“누가 그런 걸 외울까 싶은 대사죠(웃음). 기운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이런 영화 한 편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보가 그렇게 쉬웠으면 이 세상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 영화에 나오는데, 영화가 허구임에도, 살기 좋은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죠. 관객들도 이런 생각을 해본다면, 영화를 만든 이유가 더 커질 것 같아요.”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끝으로 박해일에게 “언론인 입장으로 이 자리에서 앉아있다면, 배우 박해일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한참의 고민 끝에 “언론과 대중의 조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묻겠다”고 답했다. 그 질문을 다시 박해일에게 던졌다. 그는 “그게 영화에 참여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이유”라고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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