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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강하다…아시안게임의 대단한 그녀들

여성은 강하다.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여성들이다.

땀과 눈물로 얼룩진 승부의 세계. 그 뒤에서 들려오는 감동 스토리는 언제나 스포츠를 더욱 아름답게 장식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강하고 굳센 내면을 가진 멋진 여성들이 인천의 축제를 빛냈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이번대회 여자 기계체조 종목에는 1975년생 최고령 선수가 출전했다. 옥사나 추소비티나(39·우즈베키스탄)다.

39세 최고령선수로 여자기계체조에 출전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옥사나 추소비티나가 24일 도마 결승전 경기를 펼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추소비티나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참가했던 선수다. 구소련이 해체된 뒤 독립국가연합 소속으로 1992년 올림픽에 나갔고, 이후 조국인 우즈베키스탄 소속으로 2006년까지 뛰었다. 그래서 1994년 히로시마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도 3차례 출전한 경력이 있다. 여기에 한 나라 더, 독일 소속으로도 뛰었다. 백혈병을 앓는 아들의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주겠다는 독일의 제안에 2006년 세계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 독일 대표로 나섰다.

베이징올림픽에서 33세 때 도마 은메달을 따낸 추소비티나는 39세인 올해 조국 우즈베키스탄 국기를 다시 달고 인천에 왔다. 22살이나 어린 베트남 선수와 함께 경쟁한 도마 종목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따낸 추소비티나의 앞으로 목표는 “2016년 리우에 가서 7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쿠웨이트의 여성 트라이애슬론 선수 나즈라 알제르위가 25일 결승전에서 히잡을 착용한 채 경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트라이애슬론에서는 검은 천으로 머리를 꽁꽁 싸맨 채 달린 선수가 주목받았다. 쿠웨이트의 나즈라 알제르위(26)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1.5㎞)·사이클(40㎞)·마라톤(10㎞)을 합쳐 총 51.5㎞을 뛰어야 하는 종목이다. 체력은 물론이고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종목이다. 이슬람 국가 쿠웨이트 출신의 알제르위는 히잡을 착용하고 이 종목을 뛰었다. 첫 종목 수영에서만 히잡 대신 수영모를 썼고 수영을 마친 뒤에는 히잡을 다시 쓰고 그 위에 사이클 안전모를 쓴 뒤 자전거에 올라탔다. 다른 선수들은 30초 내외로 복장을 갈아입었지만 알제르위는 히잡 때문에 1분34초를 썼다. 결승전에 나선 15명 중 15위. 그러나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도 종교적 신념과 스포츠맨으로서 완주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낸 알제르위는 이날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인도 육상소녀 스와프나 바르만이 29일 7종 경기에서 멀리뛰기 경기를 하고 있다. AP연합

지난 29일 여자 7종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쏟아 모두를 안타깝게 한 육상 소녀 스와프나 바르만(18·인도)은 발가락이 10개가 아니라 12개다.

인도에서는 이런 ‘다지증’이 행운의 상징이지만 운동선수인 바르만에게는 매우 큰 고통이다. 발가락 6개가 달린 바르만의 발은 매일 운동을 마칠 때마다 부어 있다. 발가락이 하나 더 있으니 운동화에 발을 구겨넣고 뛰어야 해 고통은 말할 수도 없다. 100m허들,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200m, 멀리뛰기, 창던지기, 800m달리기를 차례대로 소화하는 7종경기에서 바르만은 특히 달리기에 매우 약하다. 맞춤 신발로는 운동 기능을 소화하기 어려워 일반 스파이크를 신고 경기에 나선 바르만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까지 따냈지만 이번대회는 5위로 마감했다. 아픈 발도 잠시 잊고 메달을 따지 못해 눈물을 쏟은 바르만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는 모두를 감동시켰다.

흐망테 충네이양 메리 콤(오른쪽)이 27일 복싱 여자 플라이급 16강전에서 한국의 김예지와 경기 중 펀치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복싱 여자 플라이급 16강전에서 한국의 김예지를 이긴 흐망테 충네이양 메리 콤(31·인도)은 인도에서 ‘여자 알리’로 불린다.

여성 인권이 취약한 인도에서 여자가 복싱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메리 콤은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 살던 오빠 딩코 싱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돼 돌아온 모습을 보고 복싱에 빠져들었다. 가족 몰래 복싱을 배웠고 2000년 주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지역 신문에 얼굴이 실리는 바람에 모든 게 들통났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싸워야 했지만 메리 콤은 끝까지 글러브를 벗지 않않고 이제 인도 여성들의 희망이 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메리 콤은 30일 준결승을 통과했다. 1일 결승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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