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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연기' 손연재 "너무 힘들었지만…이제는 행복합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손연재(20·연세대)는 지난달 28일 인천 공항을 통해 입국 할 당시에 “일정 자체는 큰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누가 더 빨리 적응하고 자기 컨디션을 찾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에 입성하기 직전 터키에서 세계선수권까지 치렀다. 한국 선수 최초로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개인종합 4위로 우수한 성적을 받아오긴 했지만 아시안게임까지 강행군을 이어가야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딴 손연재

하지만 손연재는 이겨냈다. 단 하루의 휴식을 취한 뒤 이틀동안 진행된 정식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경기 전날 치러진 리허설을 지켜본 송희 SBS 리듬체조 해설위원이 “움직임이 정말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손연재는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리듬체조 개인 예선을 총점 71.732점으로 1위로 마치며 금메달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 다음날 열린 개인종합 결승에서 곤봉 18.100점, 리본 18.083점, 후프 18.216점, 볼 17.300점으로 총점 71.699점을 기록해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나온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이다. 전날 단체전 은메달에 이어 손연재는 이틀 연속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쓰며 진정한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손연재는 기계체조(14개)와 트램펄린(2개)를 포함해 총 18개의 금메달이 걸린 체조에서 한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선사하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경기 후 손연재는 “기쁘고 행복하다. 감사하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열린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고 했다.

막상 따게 되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목에 금메달이 걸리고 중앙에 걸린 태극기가 체육관 천장을 향해 높이 올라가게 되자 뭉클해졌다. 손연재는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를 들으니 그동안 고생하면서 열심히 훈련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천번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손연재는 “경기 전이라 표현을 안 했지만 매트 뒤에서 너무 힘들었다”며 “목표한 게 있었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의지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만족스러운 아시안게임이었다. 올시즌 손연재는 오로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달려왔고 목표를 이뤘다. 손연재는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에 많이 바뀔 수 있게 됐다”며 “아시안게임을 향해 준비과정이 후회없이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손연재를 향한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손연재의 실력에 대해 우호적이지 못한 일부 시선을 손연재도 안다. 그는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걸 보게 되면 정말 속상하고 힘이 빠진다”며 “내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내 몫이라고 생각하고 꿋꿋이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손연재와 라이벌전을 펼쳤던 중국의 덩썬웨(22)도 대회 결과에 대해 만족했다. 덩썬웨는 총점 70.332점으로 손연재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려 은메달을 받았다. 그는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손연재는 지난해부터 잘해오던 선수였다”고 밝혔다.

한편 3위는 아나스타시야 세르쥬코바(68.349점·우즈베키스탄)가 차지했다. 한국의 김윤희(23·인천시청)는 총점 63.666점, 9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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