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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2013년 10월14일, 넥센 덕아웃의 교훈

2013년 10월14일 목동구장.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은 0-3이던 9회말 넥센 박병호의 3점 홈런이 터진 이후 연장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끝낼 기회를 먼저 잡은 것은 넥센이었다. 넥센은 10회말 1사 2루, 11회말 2사 2루 등 안타 하나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찬스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 순간, 더그아웃 공기를 느끼며 조금 갸우뚱했다. 끝내기 상황이면 더그아웃 멤버 모두 뛰어나갈 준비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날 그 순간 만큼은 벤치에 있던 선수들 움직임이 무척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도 나쁜 쪽으로 나타났다. 넥센은 두 차례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뒤 연장 13회초 5점이나 내주며 포스트시즌을 종료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넥센이 올해를 기회로 삼는 것은 지난해 교훈 때문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경향 DB

염 감독은 지난해만 해도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선수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만족감’이 자리잡은 것을 느꼈다. 만년 하위 팀의 첫 4강 진출, 사실 그것만으로도 넥센은 높은 평가를 받은 터였다. 염 감독이 올해 선수들 눈빛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은 달라진 ‘욕심의 크기’라고 했다. 선수들의 ‘클래스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와는 선수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고 했다.

무엇이든 ‘만족’하면 그 지점이 바로 종착역이 된다. 그래서 시즌 성적을 매듭짓는 막바지가 되면 선수들 마음이 곧 성적으로 나타나곤 한다.

지난해 11년만에 4강에 진출한 LG 역시 포스트시즌으로 접어들며 ‘만족의 유혹’을 떨치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야수진 리더인 박용택은 “정규시즌이 끝나고 그 분위기 그대로 포스트시즌을 맞았다. 선수들 사이에 미팅 같은 것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한번쯤 가을야구라는 것을 주지시키고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LG는 올 시즌 중반 이후 착실한 레이스로 4위 확보 가능성을 키워놓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뛰어든다면 누가 따로 시키지 않아도 지난 해보다 높은 곳에 뜻을 두고 달릴 가능성이 크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삼성이 최강 구단으로 자리잡은 것도 상당 부분 선수들 마음에서 비롯된다. 삼성은 든든한 모기업의 후원 덕분에 ‘부자 구단’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정작 부유한 것은 선수들 마음이다. 주장 최형우는 “굳이 따로 뭐라고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우승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우리끼리 미팅을 하더라도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올해 가을야구는 각구단 선수들의 ‘욕심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NC 역시 1군 2년째를 보내는 막내 구단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뤘지만, ‘이만하면 됐지’ 하고 만족할 팀은 아니다. 가을야구 경험으로는 국내 최고 수준인 이호준과 모창민, 이종욱, 손시헌 등이 버티고 있고 벤치는 포스트시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사령탑 김경문 감독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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