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쭉 올라가시면 됩니다.”
12일 오후 파주트레이닝센터 입구를 지키는 보안요원의 목소리에는 잔뜩 긴장이 서려 있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금역’으로 여겨졌던 이 곳에 대한축구협회가 축구 대표팀의 공개 훈련을 진행해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오후 5시에 훈련을 시작하는데 꼭두새벽부터 팬들이 줄을 선 것은 이날의 ‘대란’을 예고한 전주곡이었다. 주민등록증과 여권 혹은 휴대폰 등을 받고 나눠준 임시 출입증 300개와 훈련용 조끼 100여개가 오후 4시9분에 동이 났다. “잃어버리시면 안 됩니다”라는 당부와 함께 작은 메모지에 이름 등을 적어놓고 출입을 허용하는 미봉책이 등장했을 정도다. 보안요원은 “대표팀 훈련을 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분들”이라며 “부러진 오른 발에 깁스를 한 채 찾아오 팬은 물론이고 멀리 대전·부산과 일본에서 온 팬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예상 밖의 열기였다. 협회가 지난 9월 부천과 고양에서 평가전을 치르기 전날 팬들에게 훈련을 공개했지만 이 정도의 열기는 아니었다. 특히 남녀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공개했을 때는 70~80명이 찾은 게 전부였다. 이 때문에 협회는 스폰서인 ‘코카콜라’의 협조를 받아 음료수 500개와 생수 200개를 준비했는 데 하마터면 모자랄 뻔했다.
협회 관계자는 “당시와 비교해 이번에도 많아야 300명 수준을 예상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그 두 배에 가까운 분들이 찾아온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늘어난 관중 숫자는 그대로 뜨거운 열기로 이어졌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성이 쏟아졌고,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팬들이 훈련 도중 “대~한민국”을 연호할 때는 마치 평가전이 열린 경기장을 찾은 느낌까지 들었다.
선수들도 절로 신이 났다. 내용은 평소 회복 훈련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진지한 분위기와 자세가 절로 나왔다. 대표팀 골잡이인 손흥민(22·레버쿠젠)은 훈련 도중 몸싸움을 벌이다 쓰러져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몸 상태를 확인했을 정도다. 이청용(26·볼턴)은 “팬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주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공개 훈련은 선수와 팬들이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좋다”고 반겼다. 이동국(35·전북)도 “아직도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다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매번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는데 이번에는 더욱 힘을 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게 공개 훈련을 성사시킨 협회 직원들의 어깨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또다른 협회 관계자는 “감독들은 경기를 앞두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라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라고 다를 바가 없지만 첫 상견례 자리에서 ‘팬들이 궁금해한다’고 공개 훈련을 강하게 요청한 게 효과를 봤다. 큰 문제가 없다면 다음에도 계속 공개 훈련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