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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길의 리플레이] 무너진 수비, 숙제만 안은 슈틸리케호

[김대길의 리플레이] 무너진 수비, 숙제만 안은 슈틸리케호

세계적인 강호만 만나면 작아진다. 탄탄한 줄 알았던 수비가 무너지면서, 중동 원정을 앞두고 숙제만 잔뜩 안게 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이 이끄는 한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1-3 패)에서 숨겨진 약점을 몇 가지 노출했다.

결코 졸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4일 전 무실점 승리를 거둔 파라과이전의 도금은 벗겨진 느낌이다.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압박과 슈팅 찬스조차 주지 않던 일사분란한 수비 조직력이 사라졌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직력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돌풍을 일으킨 코스타리카를 상대하자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허둥대고 말았다.

흔히 수비는 공이 아닌 선수를 잡아야 실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린 정반대였다. 전반 38분 브라이언 루이스(풀럼)를 향한 롱패스에 집중한 나머지 배후에서 들어오는 셀소 호르헤스(AIK)를 놓치면서 첫 실점했다. 분명 짧은 시간에 이뤄진 공격이라지만, 국가대표라면 예측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또 선제골의 주인공인 호르헤스를 놓쳤다. 위험 지역에서 수비에 가장 위협적인 짧은 크로스를 막지 못한 상황에서 호르헤스의 힐킥에 수비가 유린됐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 김승규(24·울산)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세트 피스에서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공중볼을 놓치며 쐐기골까지 내줬다.

축구국가대표 슈틸리케 감독 | 사진 = 스포츠경향DB

수비만 흔들린 것은 아니다. 공격도 만족스럽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빠르면서도 세밀한 공격 축구를 추구하지만 이번엔 그런 장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베테랑 골잡이 이동국(35·전북)이 중앙을 고집한 게 발목을 잡았다. 코스타리카처럼 수비 간격을 좁게 유지하는 강팀을 상대로는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 남태희(22·레퀴야) 등 2선 공격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이 중요한데 아쉽게도 이 부분이 실종됐다. 이동국이 동점골을 터뜨린 전반 45분처럼 빠른 패스와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움직임이 자주 나와야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아시안컵 우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파라과이전과 달리 양 측면 풀백 선수들의 공격 가담 빈도가 줄어든 것도 아쉽기만 하다. 중앙 수비도 역습을 풀어갈 때 조금 더 전진 패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코스타리카전의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진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수비 부담을 덜어낼 또 다른 파트너 장현수(23·광저우 부리)를 발굴한 것은 반갑다. 그가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줄 수록 기성용의 ‘킬러’ 본능도 대표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전반 42분 김민우(24·사간 도스)가 크로스바를 때린 중거리슛을 만들어낸 기성용의 절묘한 크로스는 장현수의 헌신적인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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