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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표 ‘스피드 농구’ 이래서 나정이가 좋아했구나

“제 스타일 아시잖아요. 무조건 빠른 농구죠.”

프로농구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42)은 지난 봄 감독 임명 직후 인터뷰에서 ‘무조건 빠른 농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역 시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를 앞세워 현란하고 화끈한 농구를 했던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도자로도 그대로 실현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컴퓨터 가드’ 이상민의 스피드는 유명했다. 1990년대 초부터 아마추어 연세대와 상무, 프로농구 대전 현대와 전주 KCC에서 뛴 이상민은 날카로운 패스와 전광석화 같은 드리블을 앞세운 속공 플레이로 팀을 언제나 정상으로 이끌었고, 많은 팬들을 끌어모았다. 평소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 팬 뿐 아니라 그의 빼어난 외모와 매력적인 농구 스타일에 반한 ‘오빠 부대’ 팬들이 줄을 섰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성나정과 같은 여성 팬들을 코트로 불러모으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주역이 이상민이다.

이상민의 빠른 농구가 2014-2014 프로농구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봄 삼성 사령탑으로 선임된 직후의 이상민 감독./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감독 취임 인터뷰 때 공표한 이상민 감독의 ‘속공 선언’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 15일 안양 KGC전에서 이 감독은 사령탑 데뷔 후 첫 승을 안았다. 지난 11일 고양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2014~2015 프로농구 시즌 개막전에서 72-79로 졌고, 다음날 서울 잠실 홈 개막전에서는 78-93으로 완패했다.

한국 프로농구 최고 스타 출신 감독의 지도자 데뷔전이었기에 승패 여부에 집중된 관심에 가려졌지만, 삼성은 이 감독의 취임 당시 선언처럼 정말 빠른 농구를 구사하며 변신을 확인했다. 공을 잡으면 재빠르게 코트를 넘어와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공격 기회를 잡고 슛을 시도하는 속전속결 스타일에 팬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비록 3경기에서 1승2패에 그쳤지만, 삼성은 오리온스전 4개, SK전 7개, KGC전 4개로 총 15개의 속공을 성공했다. 경기 평균 5.0개로 SK와 동부의 평균 4.5개를 넘어 10개 팀 중 전체 1위다. 이정석·이시준 등 두 가드가 뛰고 신인 포워드 김준일,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 등 기동력을 갖춘 빅맨들이 호흡을 맞춘다.

“5대5보다는 아무래도 4대4가 쉽죠. 5명이 다 몰린 세트 오펜스보다는 속공의 득점 가능성이 높아요. 가드들한테는 하프코트를 넘어간 뒤 (찬스가) 보이면 무조건 주라고 했어요. 기다리지 말고.”

이 감독이 훈련과 실전을 통해 강조하는 내용이다. 마침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개정된 농구룰은 속공을 많이 펼치는 팀에게 유리하다. “우리 팀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보였던대로 이상민의 삼성은 스피드로 기존의 강호들과 맞짱을 뜨기 시작했다.

“빅맨들이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갖췄으니까 해볼만 해요.”

득점도 늘었다. 3경기에서 총 242점, 평균 80.67점으로 이 또한 SK(평균 80.0점)를 넘어 전체 1위다. 지난 시즌 평균 72점에 비하면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고, 확실한 변화다.

이 감독의 고민은 스피드를 승리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속공 만큼 강조하는 것이 수비와 집중력인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만 하다. 15일 KGC전에서도 크게 앞서가다가 후반에 실책 등으로 추격을 허용하고 연장전까지 끌려간 뒤 겨우 이겼다. 실책은 11개였다.

이 감독은 “전에는 한 경기에 실책을 20개 넘게 하기도 했다.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가지도록 이끄는 것 또한 감독의 몫이라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팀에 확실한 스몰포워드가 없다는 점, 1순위 용병 리오 라이온스가 아직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 등 여러 가지 개선할 점이 많아 이 감독의 고민은 여전히 깊다. 하지만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줄이는 방향으로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다른 팀들과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

현역 시절 그를 열렬히 응원했던 ‘나정이’들의 호응 또한 여전하다. 이 감독은 “그때 여학생 팬들이 아줌마가 돼 경기장에 찾아와 응원해주신다”면서 “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하라고 격려해주시는데, 이 자리가 결코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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