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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죽었다’ 제작·주연 백재호 “내 작품은 독립영화 아니라 자립영화죠”

‘부산영화제’ 출품 목표로 찍어

부모님·여동생·본인이 투자자

영화 <그들이 죽었다>의 주인공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려고 독립영화를 찍는 단역배우 ‘상석’이다. 관객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상석은 “저런 건 나도 찍겠네”라며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쌍화점> <10억> <여배우들> 등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 백재호(사진)가 제작·연출·각본·주연·촬영을 맡은 작품이다. 그의 첫 장편 영화인 <그들이 죽었다>는 정말 ‘영화처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됐다. 부산에서 만난 백재호는 “지금도 영화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믿기지 않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를 완성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는 것까지가 당초 목표였어요. 출품 마감 날 영화제 사무실로 직접 접수를 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아무도 없었죠. 누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접수가 된 걸 확인하는 게 당연할 텐데, 애초 목표가 접수였으니 그냥 책상에 놓고 나왔어요. 초청 사실을 메일로 받았을 때 누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죠.”

<그들이 죽었다>의 상석은 시나리오를 써내려가지만 그리 녹록치 않다. 실제 시나리오를 쓸 때는 자기에 대한 반성을 담으려 했다고 백 감독은 설명했다. 뭔가 해보겠다고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상석 안에, 자신이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2012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그들이 죽었다>은 여러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 2012년 가을부터 촬영에 들어갔으나 한차례 엎었고, 수정 작업을 거쳐 2013년 가을부터 다시 찍었다. 2012년 촬영분은 20% 정도만 영화에 담겼다. 덕분에 2012년과 2013년 2년에 걸쳐 부산영화제의 풍경이 담겼다. 지난해에는 부산영화제 기간 중 부산에서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했다. 부산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지칠 때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한다.

제작 투자에 이름을 올린 네 사람은 부모님과 여동생, 그리고 본인이다. 완전한 자력으로 영화를 완성했다는 의미인데, 이 때문에 백 감독은 자립영화라고 표현했다. 출연 배우들도 출연료를 따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제작비를 산출하기 조차 힘들다.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후반 작업 비용에만 1000만원이 들었다.

“DSLR 카메라를 24개월 할부로 사서 찍었어요. 다 찍은 후에는 그걸 팔아서 산 컴퓨터로 작업을 했죠. 후반작업을 하기 위해 그 컴퓨터를 다시 팔았고요. 동생이 사준 시계를 팔아 후반작업에 보탰고, 모자라는 제작비는 부모님이 빌려주셨어요. 가족들과 친구들이 저를 지지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고, 또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했어요. 영화제 출품도 이들에게 전해줄 소식이 생겼다는 점에서 더 기뻤습니다.”

그는 영화를 꿈꾸는 누군가가 <그들이 죽었다>를 보고, 꿈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부분 꿈만 꾸다 그치는데, 이 영화가 행동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백재호는 극장 개봉이 안되면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나 비메오에 올릴 생각도 했다고 귀띔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더 많은 꿈을 꾸길 바라기 때문이다.

백재호는 “<그들이 죽었다>는 1시간 42분이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꿈을 향해 도전한다면 그 때부터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 정도는 나도 찍을 수 있겠다고 실행에 옮긴다면, 또 다른 꿈을 위한 새로운 자극이 됐다면 이미 이 영화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룬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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