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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문정혁 “가장 나를 나처럼 만들어주는 사랑, 이게 내 ‘연애의 발견’”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극본 정현정, 연출 김성윤 외)에는 다른 이야기는 없다. 요즘 드라마들이 로맨스와 코미디, 액션, 스릴러, 판타지 설정을 뒤섞는 복합장르로 무장하고 있지만 <연애의 발견>은 이러한 드라마 사이에서 기름기를 쭉 뺀 담백한 연애담으로 일관했다. 드라마 중간 한여름(정유미)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아주 잠깐 양념으로 등장하지만 극의 거의 대부분은 한여름과 강태하(문정혁)가 밀고 당기고, 한여름과 남하진(성준)이 싸우고 화해하고, 강태하와 남하진이 서로 으르렁대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신화의 리더 ‘에릭’이자 배우로서 데뷔 10년차를 맞은 문정혁(35)은 “드라마를 ‘에릭의 재발견’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함영훈 책임프로듀서(CP)의 이야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보통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경험할 법한 연애의 희로애락을 단 몇 개월 만에 체험한 그는 결혼적령기에 딱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연애와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변화했음을 고백했다.

배우 문정혁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했다. | 사진 =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드라마의 많은 부분에 공감했어요. 태하를 연기했지만 하진이었던 적도 있고 여름이었던 적도 있어요. 우리 드라마에서 착하고 반듯한 사람은 윤솔(김슬기)과 도준호(윤현민)밖에 없었어요. 모두 다 결점이 있던 인물이었죠. 드라마 속 로맨스라고 하면 모두 예쁘고, 멋있고, 달달한 부분만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가려운 부분을 대놓고 긁어준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이렇다 할 극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다양한 감정의 파도가 휘몰아치는 이 연애담의 정체성은 정현정 작가의 필력에서 비롯됐다. 그는 tvN의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를 통해 사실적인 연애담의 초석을 쌓았고,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그 ‘남다름’이 안착할 수 있음을 보였다. 문정혁 역시 그의 대본에 푹 빠져 촬영했다.

“제작발표회 때 ‘연애만 주구장창하는 드라마’라고 설명한 적이 있어요. 그런 드라마여야지만 연애하는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세심한 심리를 보일 것 같았죠.”

문정혁 역시 16년이 가까운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연애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패기가 가득한 20대의 연애와 조금은 농익은 감성이 있는 30대의 연애는 분명히 다르다. 원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 얼마든지 구차해지고 뻔뻔해질 수 있는 강태하를 연기하면서 인간 문정혁의 연애관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정혁은 지난 7일 종용한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5년간 사귀다 헤어진 전 연인 한여름(정유미)를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강태하 역을 맡아 열연했다. | 사진 =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과거 제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이 궁금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이 때 이 사람은 기분이 이랬겠구나’ 생각할 수 있었죠. 그리고 어렸을 때는 연애를 하면서 ‘저번 연인과의 관계에서 이런 점이 안 좋았으니 다음은 이런 면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이른바 ‘옵션’이 늘어났어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를 하고 나니까 결국 나를 가장 나 같이 만들어주는 연애가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둘이 있을 때 가장 편하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랑할 수 있는, 굳이 착하거나 멋있는 척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결국 뭐 원점으로 돌아간 거죠. 그래서 혼란스럽기도 해요. 하하.”

결국 그는 <연애의 발견> 드라마를 통해 스스로 연애를 탐구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그의 연기에 대한 생각으로 옮아갔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연기한 지 이제 10년이 넘었지만 할 때마다 높은 부담감이 있어요. 어려운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하자는 쪽이었죠. 연기가 직업이니까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해야 할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잘하는 것을 두고 굳이 색다른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아닌 사람을 연기해서 저한테 맞게 바꿀 이유는 없죠.”

<연애의 발견>은 남녀 연애 심리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문정혁은 내년 1월 그룹 신화로 복귀한다. | 사진 =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이런 그의 말을 종합하면 <불새>의 저돌적인 서정민도, <신입사원>의 까불거리던 강호도, <케세라세라>의 자존심 강한 강태주도 다 그에게서 비롯된 인물이었다. 비로소 그에게 깨달음을 조금씩 선사하기 시작한 드라마 <연애의 발견>을 그는 당분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기로 했다. 물론 나중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면 그때 이 리스트는 바뀐다.

“주변에 아이돌 가수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워요. 저나 신화 멤버들도 할 때가 됐잖아요. 이 일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신화 중 누가 제일 먼저 결혼할 것 같냐고요? 제가 제일 먼저면 좋죠. 제가 가면 애들도 줄줄이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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