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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수원, 1%의 안이함이 부른 비극

수원 삼성 | 사진 = 수원 삼성 제공

“축구는 1%의 안이함이라도 있으면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절감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44)은 19일 성남FC와의 홈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흔들었다. 11경기 무패 행진(6승5무)을 이어갔으나 다잡았던 승리를 놓친 아쉬움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수원은 이날 성남전을 벼르고 별렀다. 선두를 질주 중인 전북 현대(승점 65)를 쫓아 역전 우승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승리가 꼭 필요했다. 전북과 승점 5점 차로 만든 뒤 다음주인 26일 33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상위 스플릿 리그로 돌입해 역전 우승을 꿈꿔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더욱이 올 시즌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기록 중인 수원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팀이 성남이었다. 객관적 전력은 수원이 우위였으나 성남전에는 여러 악재와 불운이 겹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1무1패를 기록중이다. 서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꼭 이기고 싶다. 못다 한 (승리의)숙제를 꼭 풀겠다”고 말했다.

전반 2분 만에 김두현의 헤딩골로 기분좋게 출발한 수원은 전반 11분 동점골을 내줬다. 성남 정선호의 중거리슛이 공격수 김동섭의 몸을 맞고 굴절돼 행운의 동점골을 넣었다. 성남전 악연이 계속되나 했지만 수원은 후반 26분 홍철의 크로스 이후 이상호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정대세가 밀어넣어 2-1로 앞서나갔다.

2만3104명의 관중이 들어찬 ‘빅버드’는 수원 팬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정대세는 지난달 21일 태어난 첫 아들을 기념하는 ‘득남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그렇게 수원의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드라마는 마지막에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시간 4분이 끝날 무렵 성남 수비진이 골문 쪽으로 길게 띄어준 볼을 제파로프가 뛰어들며 수원 수비수 2명과 골키퍼 정성룡이 방심하는 사이 재빠르게 발을 갖다대 골문을 가른 것이다. 수원 수비수의 안일함과 정성룡의 애매한 전진의 허점을 제파로프가 파고들었다. 수원 선수단은 망연자실한 채 모두 주저 앉았고, 중앙선에서 다시 킥오프가 된 뒤 경기는 곧바로 종료됐다.

서 감독은 경기 후 “아쉽지만 받아들이겠다. 11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지만 전북전을 앞두고 자극제로 받아들이고 잘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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