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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규정, 프로 신인, 첫 LPGA 투어 출전, 첫 승

프로 신인으로서 처음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국내에서 열린 대회라고 해도 세계 최고 선수들에게 주눅이 들 법했지만 백규정(19·CJ오쇼핑)의 막판 기세는 무서웠다. 생애 첫 5개 홀 연속 버디를 앞세워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마친 백규정은 연장 1차전에서 버디를 낚아 승부를 갈랐다. 나흘 전 19번째 생일을 보낸 백규정은 “우승이라는 생일 선물을 받고 싶다는 바람이 현실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백규정은 19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전인지(20·하이트진로), 브리트니 린시컴(29·미국)과 연장전에 들어간 뒤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우승했다. 세 번째 샷을 홀컵 1m에 붙인 백규정은 린시컴이 비슷한 라이에서 1.2m짜리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을 본 뒤 침착한 퍼트로 승리를 결정했다.

연장전 버디퍼트 성공 휘 기뻐하는 백규정. 하나외환챔피언십제공
하나외환챔피언십제공

백규정은 2006년 홍진주 이후 8년 만에 LPGA 투어가 주관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초청 선수 우승자가 됐다.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를 받은 백규정은 다음 시즌 LPGA 투어 1년짜리 시드권을 확보했다. 백규정은 “갑자기 우승해 미국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생각이 많아져 심란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KLPGA 투어 선수가 LPGA 투어 우승으로 다음 시즌 시드권을 받은 것은 지난달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김효주(19·롯데)에 이어 두 번째다.

백규정은 1년 먼저 KLPGA 투어에 진출한 동갑내기 김효주와 함께 1995년생 전성시대를 열었다. 둘은 1988년생인 박인비·신지애의 뒤를 잇는 차세대 스타로 입지를 다졌다. 내년 시즌 LPGA 투어 진출을 선언한 김효주는 이날 6타를 줄이며 단독 7위(7언더파)에 올랐다. 백규정은 김효주에 대해 “10년 넘게 같이 한 친구이면서도 항상 내게 자극을 주는 선수”라며 “내년에 미국에 진출한다면 좋은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규정이 마지막 날 보여준 기세는 무서웠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임한 백규정은 11번 홀(파4)부터 15번 홀(파4)까지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선두를 추격했다. 그 기세가 18번 홀까지 이어졌다면 승부를 일찍 매조지할 수도 있었다. 이미 라운드를 마친 린시컴, 전인지와 같은 10언더파로 18번 홀을 맞은 백규정은 서드 샷을 홀컵 2m에 붙이고도 버디를 낚지 못했다. 우승 퍼트를 실패한 뒤 그린 위에서 쪼그려앉아 괴로운 표정을 지은 백규정은 약간 늦게 우승하고도 울면서 웃었다. 이번 우승으로 백규정의 세계 랭킹은 33위에서 13위로 오른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백규정은 “연장전은 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드 샷을 바로 집어넣어야겠다는 마음으로 공격적으로 쳤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생일에는 2부 투어 대회를 치렀는데 너무 못해서 많이 울었다”면서 “올해 생일 만큼은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백규정 못지않은 상승세로 최종 라운드에서 6타를 줄인 전인지는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2m 버디 퍼트에 실패한 게 아쉬웠다. 전인지는 같은 홀 연장전에서 날린 서드 샷이 그린 옆 워터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일주일 전 결혼식을 올려 훈련이 부족했는데도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단독 4위(9언더파)에 올랐다. 장하나(22·BC카드)는 공동 35위(1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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