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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의 PS존]이재학의 빠름 압도한 류제국의 느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키’를 쥐고 나온 NC 선발 이재학은 정규시즌과는 다른 패턴의 피칭을 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 개수를 줄이고 1회 LG 선두 타자 정성훈을 상대할 때부터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정성훈에게 초구에 좌중간 2루타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이어진 1사 1·2루에서 4번 이병규(7번)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할 때도 직구를 던지다 적시타를 내줬다.

어찌 보면 이재학은 LG 타자들의 노림수를 역으로 공략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가 너무 나빴다. 시작부터 연타를 맞으면서 주도권을 쥐고 LG 타자를 상대하지 못했다.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한 박자 숨을 돌리며 패턴의 변화를 가져갈 만도 했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이재학에게 그런 여유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NC가 실질적인 1선발인 찰리를 뒤로 미루고 이재학을 1차전 선발로 넣은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포스트시즌 첫 문을 여는 선발투수의 긴장감은 밖에서 보는 것 이상이다. 필자 또한 현대에서 뛰던 1998년 한국시리즈를 경험했지만 LG에서 맞은 2002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했을 때 압박감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필자 나이가 서른살로 경험도 어느 정도 쌓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제 20대 중반인 이재학이 평정심을 가지고 자기 공을 마음껏 던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LG 선발 류제국은 이재학과 달리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평소 10초마다 하나씩 공을 던졌다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그 간격을 15초 정도로 늘렸다. 피칭 패턴도 그랬다. 직구 궤적으로 가다가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전체 투구수 63개 중 21개를 던졌는데 직구 타이밍에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타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이었다. NC 타자들이 자기 타이밍에 스윙을 하지 못하거나, 헛스윙을 하는 일이 잦았다.

역시 포스트시즌은 ‘경험’이 키워드일 수밖에 없다. NC는 실책 3개를 기록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은 더 많았다. 김종호와 이상호가 주루사한 것과 5회 우익수 나성범의 실책, 그리고 3회 포수 김태군의 2루 송구 실책 등은 NC 선수들이 정규시즌과 달리 서둘렀기 때문에 나타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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