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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김지훈 “카리스마+능글능글 이재화로 연기 놀이터가 넓어졌다” [인터뷰]

시청률 35%를 넘기며 화제 속에 막을 내린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는 많은 배우들에게 이정표가 됐다. 2001년 데뷔 이래 주연과 조연 사이를 왔다갔다 하던 연민정 역 배우 이유리는 단숨에 역대급 악역으로 주연의 기반을 다졌고, 장보리 역 오연서는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다시 한 번 주말극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7~8년을 조단역으로 머물렀던 문지상 역 성혁은 KBS1 일일극 주연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연기의 지평이 넓어진 배우들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큰 수확을 얻은 이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화 역 김지훈은 <왔다! 장보리>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금껏 그를 따라다니던 ‘실장님 전문배우’ ‘고위공직자 전문배우’의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어냈기 때문이다. 예상도 못하게 들이친 성공에 당황스러울 법하지만 김지훈은 차근차근 자신의 연기를 복기하고 있었다.

“굉장히 자유로운 캐릭터였어요.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느낌을 낼 수 있는 인물이었죠. 나는 좋았어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었거든요. 재화는 심각한 인물이기도 했지만 코믹한 부분도 겸하고 있어요.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 안에서 어떻게 웃길 수 있을까 연구도 많이 했죠. 보통 이런 역할은 캐릭터가 단조로워질 수 있는데 그 생각을 깨나갔던 경험이었어요.”

최근 종방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검사 출신 염색장 전수자 이재화 역을 맡은 배우 김지훈.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김지훈이 극중 맡은 이재화는 원래 검사였다가 나중에는 염색장 전수자가 된다. 공직에서 안착하기에는 자유로운 인물이었다. 여자도 밝히고, 넉살도 좋고, 성격도 불같았다. 하지만 장보리를 만나면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장보리, 장비단(김지영) 두 모녀가 재벌가에 안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카리스마에 날을 세우는 연기를 하지만, 보리와 비단과 함께 있을 때는 넉살좋은 원래 성격이 드러났다.

“제가 능글맞았고, 부성애가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면 그건 전적으로 오연서, 김지영 두 배우 때문이에요. 연서는 연기하기가 편했어요. 성격이 털털하더라고요. 그리고 지영이는 누가 물어보면 천재라고 그래요. 그 나이(9세)로는 불가능한 대본 해석력, 표현력, 집중력 등을 갖고 있어요. 저는 연기를 10년 넘게 해도 쉽지 않은 건데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졌죠.”

최근 종방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검사 출신 염색장 전수자 이재화 역을 맡은 배우 김지훈.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사실 그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극이 거듭되면서 조금씩 줄어들었던 비중이었다. 드라마는 극 중반 이후부터 악역 연민정에 대한 문지상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왔다! 장보리>가 아니라 <왔다! 연민정>이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장보리의 역할이 줄면서 덩달아 상대역인 이재화의 역할도 줄었다. 극의 필요악이라고 불리던 악역이 결국 극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린 상황이 되고 말았다.

“중반까지는 재화와 보리가 밀고 당기면서 고정 시청자를 잡을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분량이나 비중이야기를 하시니까 그런 부분이 있겠더라 싶었죠. 답답한 부분이 없었다곤 할 수 없지만 배우는 주어진 대로 연기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제가 돋보여도 많은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최근 종방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검사 출신 염색장 전수자 이재화 역을 맡은 배우 김지훈.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그의 아쉬움은 조금은 다른 부분에 있었다. 극 후반 많은 인물들의 사연이 휘몰아치다보니 정성을 들여 준비한 대사들을 다 선보이지 못했던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상황에서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그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극에서 무지개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 대사도 여러 느낌을 넣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주도록 준비했죠. 하지만 결국 시도한 대사의 50% 정도가 시간관계상 편집됐어요. 이 부분을 작가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죠. 열심히 한 연기가 사라지는 느낌은 다른 무엇보다 안타까웠어요.”

최근 종방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검사 출신 염색장 전수자 이재화 역을 맡은 배우 김지훈.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하지만 극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방송가에서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갖는 효용에 대한 토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는 아쉬웠던 부분들은 접고, 김지훈의 이름으로 좀 더 폭넓은 인물을 보여줬다는데 만족할 셈이다. 인생은 길고, 연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아 저 친구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드렸다면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캐릭터보다는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이번 드라마가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앞으로 좀 더 연기 운신의 폭이 넓어졌어요. 한 마디로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넓어진 거죠.”

최근 종방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검사 출신 염색장 전수자 이재화 역을 맡은 배우 김지훈.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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