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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다 서태지!…17문17답

가수 서태지가 20일 오후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정규 9집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컴백에 따른 각종 소회를 털어놓았다.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 사이에서 그는 정돈된 방식으로 꼼꼼하고 차분하게 답해 나갔다. 질문은 거침 없었고, 대답 역시 부러 돌아가지 않았다.

서태지는 이날 검정색 재킷 차림으로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9집 앨범 재킷사진 속 소녀가 그려진 커다란 걸개 그림 아래에 착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문지애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이날 기자회견에는 200여명의 취재진 몰려들었다. 취재진들과 서태지 사이에서 오고간 질문과 대답을 정리한다.

Q1. 컴백을 축하합니다. 컴백 소감을 말해주세요.

= 이렇게 참석해줘 감사해요. 5년만에 나왔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Q2. 과거와 달리 대중성을 크게 추구했다고 해서 ‘변절자’라는 이야기도 나와요.

= 처음엔 사실 그렇게 대중적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대중적’이라는 이야길 들어서 오히려 좋네요. 젊은 친구들에게 ‘서태지가 이런 음악을 하는 가수다’라는 말을 좀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 딸인 ‘삐뽁이’도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한 음반이기도 했고요. 밴드 시나위에서 록을 하다가 서태지와아이들의 음악을 하기 시작할 때에도 그런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Q3. 차트 순위가 마음에 드시나요?

= 성적은 저조해요. 큰 기대를 안한 것도 있고요. 하지만 8집때 보다 오히려 (순위가) 잠시 더 높았던 걸요. 아이유씨 덕분에 ‘소격동’이 롱런도 했고요. 기대 이상이에요. 학교 다닐 때도 성적은 별로 생각 안했고, 그래서 자퇴도 했고…(웃음).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도 공연장에 팬들이 다시 많이 찾아줘 감사해요. 공연을 다시 떠올리니 울컥하네요. 대중적으로는 어떻게 어필할 지 모르지만 음악을 놓아두고 서로 이야길 많이 했으면 해요. 민주사회에서 그게 좋으면 좋다고, 나쁘면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좋은 음악을 하는데 늘 원동력이 된다고 저는 여기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도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5년만에 컴백한 서태지. 사진=이선명 인턴 기자

Q4.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서태지의) 컴백일에 맞춰 소속 가수들을 출격시켰죠. 저격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 양군(양현석의 애칭)이 성공해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랍니다. 함께 활동하고 영광을 나눴던 동료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은 항상 커요. 그 일은 정말 ‘공교롭게’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상한 보도(저격 관련 보도)가 나긴 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Q5. 공연 도중 ‘한물 간 가수’라고 스스로를 이야기한 뒤 ‘나이티스 아이콘’을 불렀습니다.

= 노래를 소개하는 말이기도 했고, 제 진심이 들어간 멘트이기도 했었어요. 나이가 들다 보니 1990년대처럼 활동할 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안되는 건 안되는구나 라고 생각되는 것도 많고요. 새로운 가수가 나오면 주류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반응이 온다면 여전히 별은 떠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으면 또 되고요.

5년만에 컴백한 서태지. 사진=이선명 인턴 기자

Q6. 새로운 음악을 들고나온다고 해서 ‘문익점’이란 이야길 듣곤 했어요. 이번에는 ‘일렉트로니카’를 강조했네요.

= 네 ‘문익점’ 혹은 ‘수입업자’라고 불릴 때도 있었죠. 일정 부분은 맞고 또 의도한 부분이기도 해요. 1990년대 초반에는 다양한 장르가 부족해서 한국에서도 이런 장르가 알려졌으면 하고 했던 것이 꽤 있었어요. 하지만 8집부터는 그런 작업에 손을 놨죠. 일렉트로니카는 과거에도 꾸준히 시도해왔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때의 작법을 위해 건반으로 곡을 지어봤어요. 그리고 기본이 록이었기 때문에 록베이스는 유지했고요.

Q7. 표절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 네. ‘표절’ 이야기는 꽤 오래된 것이죠. 3집 ‘교실 이데아’부터 그랬고, ‘컴백홈’도 사이프러스힐을 따라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실제로 사이프러스힐의 음악을 제가 정말 좋아했고. 레퍼런스를 삼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표절이냐 아니냐의 문제에서는 저는 당연히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과거에는 해명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요즘은 그게 불필요하다고 봐요. 또 (표절 문제를) 이야길 하려면 하루종일 강의를 해야할 것같고요. 그런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건 사그라질 것으로 봐요.

Q8. ‘소격동’ ‘크리스말로윈’ 등이 사회 비판적인 주제를 담은 것 같다는 팬들의 해석이 많아요.

= 네.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저는 너무 좋아요. 처음 시작은 소격동 운치있었던 제 동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것에서 출발해요. 한옥에서 살았던 아름다운 추억을요. 하지만 1980년대는 서슬퍼렇던 시대 아닙니까. 집에서 보면 실제로 보안사가 보였고요. 검문 검색도 심했고, 주위에 탱크가 지나갈 때도 있었어요. 그 시대상을 담는 건 꼭 필요하다고 봤어요. 아름답지만 그럼에도 느꼈던 공포를 사운드로 표현했고요. ‘크리스말로윈’도 같은 맥락이에요. 어떤 사람은 권력자로, 어떤 사람은 회사 상사의 이야기로도 봐요. 다양한 해석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Q9. 18일 열렸던 공연 시간이 좀 짧아 아쉽다는 팬들이 있었어요.

= 8집 때보다도 한참 더 준비를 한 공연이었어요. 두 달 정도를 연습해 소개한 것이죠. 저도 그렇게 빨리 (공연)시간이 흘러갈 지는 몰랐어요. 오랜만에 하니까 긴장되고 경직돼있었나봐요. 노래 중간 멘트를 잘하지 못했더라고요.

5년만에 컴백한 서태지. 사진=이선명 인턴 기자

Q10.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어요. 신비주의를 버린 것인가요?

= 신비주의의 정의가 뭔지 항상 고민을 해요. 그걸 벗어던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을 발표하고 음악과 관련된 활동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결국 작업 방식을 탓해야겠죠. 마음 같아서는 매년 음반을 내고 싶은데 그러지 않으니까 그런 이야길 듣는 것이죠. 신비주의라는 말을 계속 듣더라도 음악만 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Q11.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은요?

= 꽤 오래된 이야기죠. 자랑스럽기도 하고 과분하기도 했죠. 그리고 족쇄가 되기도 했던 양면적인 말입니다. 누군가가 빨리 가져갔으면 해요. 뒤에 서서 선배로서 흐뭇하게 그걸 지켜보고 싶네요.

Q12. 음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이 있죠?

= 네. 모든 음악은 어느 정도 스토리텔링으로 연결이 돼있어요. 음반 표지 재킷의 소녀는 제 딸이 7~8살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고 만든 것이에요. 그리고 음악도 제 딸이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담고요. ‘크리스말로원’에서는 세상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나인티스 아이콘’에서는 아빠가 예전에는 이랬고, 지금은 이 감정을 갖고 지낸다는 말을 해준답니다. ‘성탄절의 기적’은 실제로 태교 음악으로 들려주었던 노래이기도 하고요

Q13. 아이유와의 협업 어땠나요?

= 저는 솔직히 싱어송라이터에서 라이터이지, 보컬리스트라고는 생각을 안해요.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요. 아이유 덕을 이번에 많이 봤어요. 업고 다니고 싶을 만큼이나 고마워요. 10대들에게도 제 음악을 더 들려주는 기회가 됐습니다. 데뷔 무렵부터 아이유의 음악을 계속 들었어요. ‘록킹’하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보이스 컬러가 정말 보물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친구에게 그런 보이스가 있다니요. 아내도 아이유씨의 팬입니다. 와이프와 식사도 함께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Q14. 서태지라는 한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서태지 시대는 1990년대에 일찌감치 끝났죠. 2000년대에는 대중적인 음악보다는 마니악한 음악을 했으니까요.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하고 있습니다.

5년만에 컴백한 서태지. 사진=이선명 인턴 기자

Q15. 악플을 바라보는 심경은 어떠세요?

= 믿고 찾아주시는 음악 팬들도 있는 반면, 반대로 오래된 안티팬도 있을 수밖에 없어요. 컴백은 늘상 팬과 안티팬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고 할까요.(웃음) 8집과 9집 사이에 심오한 과정도 있었잖아요. 제가 떡밥도 많이 던졌고요.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고 여겨요. 그 외에는 가십이겠지요. 그런 일 때문에 오히려 제 음악을 한번이라도 들어주면 나쁠 것도 없고요.

5년만에 컴백한 서태지. 사진=이선명 인턴 기자

Q16. 과거 ‘괴수대백과사전’처럼 프로듀서로서 후배를 양성하지는 않을 건가요?

= (서태지의 레이블인 ‘괴수대백과사전’은) 밴드 넬이나 피아를 보고 너무 잘하는데도 알리는 통로가 없는 게 안타까워 제가 도움을 주려 한데서 비롯됐던 일이에요. 마음을 울리는 가수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그 후배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도 없지 않습니다.

Q17. 향후 공연이나 기타 활동에 대해서는요?

= 더 스페셜한 공연도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기획이 나오면 그때 다시 말씀드릴게요. 콜라보레이션도 있을 테니 그것도 소개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5년만에 컴백한 서태지. 사진=이선명 인턴 기자
문지애 아나운서. 사진=이선명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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