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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세상병원의 바른 척추·관절]흡연이 허리통증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담뱃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높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대폭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담뱃값과 흡연율은 대체로 반비례한다. 담뱃값이 오를수록 흡연 인구는 줄어든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수준이다. 반면 성인 흡연율은 4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청소년의 흡연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학선(바른세상병원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당장 애연가들은 비상이다. 한곳에서 1인당 파는 담배의 양을 제한하자 편의점을 돌며 도토리 모으듯 2~3갑씩 담배를 사 모으는 다람쥐족이 등장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필자는 의사로서 담뱃값 인상 여부를 떠나 금연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찬성한다. 담배는 잘 알려져 있듯이 폐암과 폐 질환, 각종 암의 주요인으로 꼽히며, 주위 비흡연자에게도 피해를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허리와 관절에도 악영향을 준다. 담배 연기는 기관지를 자극해 기관지염과 만성 기침을 유발, 복부와 디스크의 압력을 높여 디스크가 파열되는 원인이기도 한다. 담배의 니코틴이 체내에 쌓이면 칼슘 등의 미네랄을 감소시켜 척추 뼈에 미세한 골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허리 통증을 야기한다.

실제 흡연과 허리 통증의 상관 관계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로체스터 의대 글렌 레히틴 박사는 척추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받았거나 비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의 흡연 실태를 조사·분석해 보니 담배를 끊는 것이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흡연으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우리 몸의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혈액의 기능을 떨어뜨려 모세혈관 축소와 혈액 순환 방해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렇듯 척추 뼈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척추 디스크에 영양 공급이 잘 안 된다. 디스크 영양 공급은 자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전적으로 척추 뼈의 혈액을 통해 확산되기 때문이다. 디스크에 원활하게 영양 공급이 되지 않으면 디스크 수핵의 수분이 빠지면서 딱딱해지고 주위 조직이 상해 디스크가 터지고 통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허리 건강이 걱정된다면 금연하는 것이 좋고, 허리에 통증이 있거나 척추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무엇보다 허리디스크, 척추압박골절,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심해 척추 유합술이나 고정술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흡연은 치명적일 수 있다. 흡연자가 척추유합술이나 고정술을 받을 경우 금속 고정물이 척추에 고정되지 못하고 실패할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흡연을 하면 혈액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일산화탄소의 양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조직 내 산소량이 부족해지는데, 이런 경우 뼈의 생성력이 떨어지면서 뼈 융합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진료를 받으러 온 많은 환자들이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까요?’ ‘평소 허리 건강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필자는 환자들의 상태를 고려해 운동이나 생활 습관에 대한 조언을 하고, 담배를 피운다면 꼭 금연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건강을 위해 평소 수영, 등산, 스트레칭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이런 운동이 소용 없다. 허리 건강을 생각한다면 금연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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