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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의 희비, 헤드샷 퇴장 순간 이병규는…

선발 투수 류제국(31·LG)이 ‘헤드샷’으로 갑자기 퇴장당하던 바로 그 순간, LG 더그아웃의 누군가 한 명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류제국은 지난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 퇴장을 당했다. 던진 공이 NC 모창민의 헬멧을 가볍게 스치면서 ‘머리를 맞히면 바로 퇴장’이라는 올해 생긴 규정에 따라 바로 퇴장 당했다.

경기 뒤 류제국은 “살짝 스쳐서 경고 정도 받을 줄 알았는데 정말 퇴장을 당해 허무했다”고 매우 아쉬워했다. 더 아쉬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류제국은 “50만원을 놓쳤다”고 말했다.

류제국은 선배 이병규(40·LG)와 1차전 승리투수가 되는 것을 놓고 50만원의 내기를 했다. 류제국이 승리를 하면 이병규가 50만원을, 승리를 못하면 류제국이 50만원을 내놓는 것이다.

류제국은 이날 잘 던졌다. 타자들이 1회부터 폭발해줘 8-1로 앞선 가운데 5회를 던지다 퇴장당했다. 투구수도 63개밖에 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는데 퇴장으로 놓치고 말았다.

류제국의 아쉬운 고백이 있은 다음날, 20일에는 ‘승자’ 이병규가 신나는 고백을 했다.

이병규는 “1차전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100만원을 걸었는데 (류)제국이가 많이 부담스러워하기에 50만원으로 낮춘 것이다. 경기 끝나고 제국이가 25만원에 안 되겠느냐고 했다.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얘기 끝냈다”며 웃었다.

이병규는 선수들과 내기를 자주 한다. 상금이나 상품을 걸면 선수 당사자에게는 더욱 동기부여가 되는 경우도 많다. 나름 많이 이겨온 이병규인데 유난히 류제국에게만은 그동안 이기지 못했다.

이병규는 “어제도 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5회에 퇴장이 나왔다”며 “다들 놀라 있었지만 나는 내기 생각이 났다. (웃음을 감추기 위해) 모자로 이렇게 얼굴을 가렸다”며 개구쟁이처럼 ‘승리의 그 순간’을 재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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