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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선 ‘욕받이’, 예능에서는 ‘개구쟁이’…안방극장 나쁜 남자 캐릭터 뜬다

흔히 악역은 ‘드라마의 필요악’이라고 표현한다. 작품이 자극적인 형태로 변하지만 극의 중심을 잡는 악역의 존재는 선역의 착한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시청자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종방 시청률 35%를 넘어서면서 KBS2 주말극 천하를 막은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인기원인은 역대 최고의 악역으로 불리는 연민정(이유리)의 존재였다.

<왔다! 장보리>가 막을 내린 이후 그의 존재감을 이으려는 후발주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번에는 성별이 남자 쪽으로 옮겨왔다. 게다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제작진이 제시한 조건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날을 세우는 ‘까탈스러운’ 남자들 또는 ‘밉상인’ 남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 안방극장은 드라마와 예능을 가리지 않고 ‘나쁜 남자’ 전성시대다.

19일 종방한 MBC 주말극 <마마>는 20%의 시청률을 넘겨 종방했다. 극중 갈등의 중심에는 문태주 역 정준호가 있었다. 그는 극중 부잣집 외동딸이었던 서지은(문정희)과 부부였지만 서지은과 절친한 친구인 한승희(송윤아)와 불륜관계였으며 아들 한그루(윤찬영)까지 낳았다. 문태주는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생계형 불륜’이라고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지만 그의 외도가 전체적인 인물 관계를 뒤틀리게 한 것은 분명했다.

종방한 MBC 드라마 ‘마마’에 문태주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정준호. 사진 MBC

KBS2 일일극 <뻐꾸기 둥지>에도 ‘나쁜 남자’ 정병국(황동주)이 존재한다. 그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아내 백연희(장서희)를 두고 대리모였던 이화영(이채영)과 외도를 한다. 하지만 그는 그의 행동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합리화를 시키다 최근 극중에서 도리어 역공을 당하고 있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강재(윤박)도 시청자 원망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 그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부잣집 철부지 딸 권효진(손담비)을 두고 과거 여자친구와 재회하는가 하면 자신을 ‘차강재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아이까지 나타나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KBS2 일일극 ‘뻐꾸기 둥지’에 정병국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황동주. 사진 KBS

SBS 아침일일극 <청담동 스캔들>의 복수호 역 강성민은 자신을 둔 시어머니의 질시로 집을 떠난 아내 은현수(최정윤)를 위해 자신의 어머니와 대립각을 세운다. 외도를 하는 식으로 시청자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하지는 않지만 냉철한 카리스마와 가족에게도 싸늘한 말투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SBS 아침일일극 ‘청담동 스캔들’에서 복수호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강성민. 사진 SBS

드라마의 나쁜 남자들이 주로 외도나 악행을 통해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한다면, 예능의 나쁜 남자들은 오히려 나쁜 태도가 귀여움을 주거나, 얄밉다는 느낌을 주는 점이 다르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에 차강재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윤박. 사진 KBS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서진은 나영석PD와 세 번째 인연을 맺으면서 특유의 ‘나쁜 남자’ 매력이 극대화됐다. 사사건건 나PD와 대립각을 세우고, 제작진이 준 모종을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첫 회부터 “이 프로그램은 망했다”고 공언하면서 웃음을 줬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서진. 사진 경향DB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출연 중인 29기 신인개그맨 임종혁도 코너에서 나쁜 매력으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찰서 강력팀에서 은밀하게 연애 중인 김기열, 박보미의 뒤에서 항상 “뭐야뭐야? 나 촉 밝다”며 훼방을 놓는 모습은 새로운 나쁜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KBS2 <가족의 탄생-풀하우스>에서 개그우먼 김지민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조우종 아나운서도 스포츠 중계 때와는 다른 짓궂은 상황을 여럿 만들면서 전현무 아나운서를 이을 ‘예능형 아나운서’로 입지를 굳혔다.

KBS2 ‘개그콘서트’ 코너 ‘은밀하게 연애하게’에 출연 중인 개그맨 임종혁. 사진 KBS 방송화면 캡처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의 나쁜 남자와 예능의 나쁜 남자는 조금 다른 작용을 하는 듯 하다. 드라마에서는 시청률을 만드는 주체가 된 여성, 주부 시청자들이 욕할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등장하고, 예능에서는 가감없이 솔직한 속내를 잘 드러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재미를 준다”며 “두 장르 나쁜 남자의 공통된 점은 밋밋한 느낌으로 착할 바에야 차라리 개성있게 나쁜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현대인의 심리 때문”이라고 인기 원인을 짚었다.

KBS2 예능프로그램 ‘가족의 탄생-풀하우스’에 출연 중인 조우종 아나운서.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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