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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출신’ 두 포수가 벌이는 가을 안방전쟁

메이저리그 야구 통계전문가들은 포스트시즌의 열쇠로 마무리 투수와 마운드의 탈삼진 능력, 수비력의 3가지를 꼽는다. 이 3가지가 강한 팀이 단기전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3가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딱 한 명의 선수를 뽑으라면 역시 포수다. 투수진을 이끌어가는 것은 물론 적절한 볼배합을 통해 수비수들의 시프트를 잘 살려낼 수 있다. 단기전은 그래서 포수전(戰)이다.

NC와 LG가 맞붙은 2014 한국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는 ‘백업’ 포수들이 주전으로 나서는 첫 가을야구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NC 김태군은 LG 백업포수에서 NC 이적 후 주전으로 거듭났고 LG 최경철 역시 SK, 넥센 백업 포수에서 올시즌 LG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신데렐라’ LG 최경철


프로야구 LG 트윈스 최경철이 19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1회초 2사 1,2루 스리런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창원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최경철(34)은 자신의 가을야구 데뷔 타석에서 쐐기 3점홈런을 터뜨리면서 단숨에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3-0으로 앞선 1회초 2사 1·2루, 볼카운트 2B-0S에서 바뀐 투수 웨버의 몸쪽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타석에서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홈플레이트 뒤에서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최경철은 도루 저지에 약점을 갖고 있는 선발 류제국과 배터리를 이루면서도 리그 도루 2위 NC를 상대로 도루 시도 2개를 잡아냈다. 강한 어깨도 도움이 됐지만 공을 떨어뜨린 뒤 다음 동작이 매우 빨랐던 덕분이었다.

NC 좌타자들을 상대로 류제국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볼배합 역시 빛났다. 이날 경기를 지켜 본 넥센 전력분석팀 관계자가 “류제국의 이날 피칭은 베스트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랐다”고 평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를 최경철이 잘 커버한 셈이다.

수비진을 이끈 볼배합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는 2회 테임즈, 4회 이종욱의 타구가 모두 1루 선상을 빠져나갈 듯 했지만 파울 라인쪽으로 시프트시킨 1루수 정성훈의 글러브에 걸리면서 공격 흐름이 끊겼다. 적절한 타이밍에 컷 패스트볼을 이용한 볼배합이 도움이 됐다.

■‘단디한다’ NC 김태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테임즈가 14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2회말 솔로 홈런을 치고 김태군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창원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올시즌 NC의 주전 포수로서 맹활약을 펼친 김태군(25)은 1차전에서 혹독한 가을야구 신고식을 치렀다. 김태군은 1차전을 앞두고 LG 타선을 분석한 결과 1번 정성훈의 초구 스윙률이 13%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체크했다. 마찬가지로 가을야구 첫 등판이었던 이재학에게 “형만 믿고 초구 편하게 가자”라고 얘기까지 해 뒀다. 김태군은 “그런데, 초구를 던지려는 순간 정성훈 선배의 왼 다리가 높게 들리더라. 아차 싶었다”고 했다.

자신있게 준비한 초구가 2루타로 이어지자 이후 계산이 모두 헝클어졌다. 최경철에게 맞은 스리런 홈런은 바깥쪽 사인에 몸쪽 ‘역구’가 들어왔기 때문이지만 김태군은 “결과적으로 모두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2차전부터는 ‘반전’에 들어간다. 김태군은 “가을야구라고 지나치게 역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꼬이더라. 시즌 중 처럼 편안하게 하던대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태군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던 지난 8월27일부터 9월6일까지 NC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5패를 기록했다. 김태군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기간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김태군에 대해 “타석에서 들어선 타자들의 움직임을 아주 잘 체크하는 포수”라고 평가했다. NC의 반격 열쇠는 역시 김태군이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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