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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한 야구하겠다” SK 신임 김용희 감독의 등번호 88

SK 제5대 감독으로 취임한 신임 김용희 감독은 임원일 대표이사로로부터 등번호 88번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그에게 88번은 다소 낯선 등번호다. 현역 시절에는 17·10·4번, 롯데 감독 시절에는 90번, 삼성 감독 때는 89번, SK 2군에서는 75번을 달았던 그는 이번에는 88번 등번호를 택했다. 앞으로 SK 사령탑으로 두 시즌, 그가 만들 팀에 대한 철학이 담긴 변화다.

김 신임 감독은 “생동적인 의미를 생각했다”며 팔팔(88)한 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K는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을 열고 ‘김용희호’로 첫 출발선에 섰다. SK에서 2011년부터 2군 감독, 육성 총괄을 맡았던 김 감독은 SK가 구상하는 ‘시스템 야구’를 정착시킬 적임자로 선택받아 계약기간 2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의 조건에 SK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이날 3년 계약을 채우고 물러나는 이만수 전임 감독도 자리했고, 최창원 구단주도 참석해 김 감독의 사령탑 취임을 축하하는 이례적인 행사였다.

김 감독은 “유니폼을 입고 다시 땀 흘릴 날을 늘 기다렸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붉은 점퍼를 입은 선수들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고개 숙이지 말자. 내년에는 꼭 가을잔치에 우리 팬들을 초대하자”고 말했다.

SK 김용희 감독이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는 처음 지휘봉을 잡은 20년 전 1994시즌보다 더 설레이는 감정을 표현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스타플레이어였던 김 감독은 1989년 플레잉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롯데(1994∼1998년), 삼성(2000년) 등에서 감독 경력을 쌓았다. 1995년에는 롯데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김 감독은 “사실 두 차례 감독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몰랐지만 야구 밖에 할 줄 아는게 없으니 그 동안에도 야구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표현하며 “처음 롯데 감독이 됐을 때는 마흔도 안된 어린 나이에 했다. 그 때는 경험이 없어서 지금보다 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내년에 좋은 팀을 만들고, 앞으로 오래가는 팀을 만드는 초석을 다지는 시즌에 맡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가을야구’ 복귀가 걸린 리빌딩과 함께 구단이 그려나가고 있는 ‘시스템 야구’의 정착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는 “사실 처음 감독을 할 때부터 ‘시스템 야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선수 역량에 의존하는 팀은 수명이 길지 않다. 성적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팀이 매뉴얼대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전임 김성근-이만수 감독님을 비롯해 앞선 감독님들의 좋은 점은 팀의 소중한 자산이다. 반드시 계승해 SK야구에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SK가 다시 재도약하기 위해서 체력과 마운드 보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빠른 팀으로 변모시키고 싶은 욕심도 덧붙였다. 김 감독이 1995년 이끌던 롯데는 그 해에 아직도 깨지지 않는 팀 220도루를 성공시켰다. 김 감독은 “투수력과 수비, 그리고 타격보다 앞서는 것이 기동력이다. 뛰는 야구는 앞으로도 발전되야 하고, 발전될 부분이 많은 전술”이라고 했다. ‘팔팔한 야구’가 곧 ‘젊고 빠른 야구’인 셈이다.

SK 김용희 감독이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배번 88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편 지난 2007년 수석코치로 SK와 계약한 뒤 8시즌 동안 2군 감독, 1군 감독을 거친 이 감독의 이임식도 열렸다. 2011년 시즌 도중 해임된 김성근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 감독은 뒤숭숭한 팀을 이끌며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대기록을 완성시켰다. 지난 두시즌은 4강에서 탈락했지만 올 시즌 마지막까지 4강 다툼을 벌이면서 ‘포기하지 않은 야구’를 선보이며 박수를 받았다.

SK는 시즌 뒤 이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신임 감독과 계약했지만 이임식을 열어 이 감독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이감독은 “지난 두 달간 여러분들이 보여준 강인함, 투지, 역경을 넘어 마지막까지 기적을 보여준 것에 감사한다. 여러분과 함께 한 것이 행복했다”며 “그런 자세를 이어간다면 새로 오신 감독님과 SK가 최고의 명문구단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선수단에 작별 인사를 했다. 이 감독은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자신이 일찌감치 밝혀왔던 계획대로 ‘야구 전도사’로서 라오스를 찾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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