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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성준 “드라마는 연애의 발견, 성장통 겪은 나에겐 연기의 발견” [인터뷰]

직접 본 배우 성준(24)은 소년같은 풋풋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인터뷰 때 나오는 작은 농담에도 온몸을 수그리며 웃었고,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할 때는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드라마에서 어떻게 연애의 정적을 향해 그렇게 눈을 부라렸는지 직접 만난 후 쉽사리 상상이 되지 않았다. 소년은 당연히 사춘기를 겪고 청년으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통을 겪는다. 소년같은 이미지를 가진 성준도 그랬다.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성준에게는 연기의 성장통을 안긴 작품이었다. 극중 남하진이 지독한 연애를 통해 한 뼘 자랐듯, 성준도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아프면서 조금 더 연기의 키가 자랐다.

“이번 작품은 훌훌 잘 해낸 것 같아요. 힘든 점이 있었죠. 촬영 중간이었는데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니 조금 더 열린 시야로 연기를 볼 수 있게 되고 한 쪽으로 쏠리는 캐릭터가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진이도 자랐지만, 저도 자랐죠.”

20~30대 젊은이들의 연애를 지극히 사실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드라마는 케이블채널 tvN에서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드라마를 통해 명성을 얻은 정현정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는 이미 정작가의 전작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서 주인공 주완을 연기했다. 케이블과 지상파, 조금 다른 매체이긴 하지만 한 작가의 연이은 작품에 한 배우가 출연하기는 쉽지 않다.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훈남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을 연기한 배우 성준.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정현정 작가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대본 속 감정이 굉장히 섬세하고 많이 읽어봐야 해요. 공부하는 재미가 있죠. 거기다 캐릭터가 상황을 거치면서 그 성격이 조금씩 누적되기 때문에 연기하는 재미도 있어요. 이런 섬세한 결을 <로맨스가 필요해> 때는 잘 몰랐어요. 하지만 <연애의 발견>에서는 조금 더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죠.”

남자 시청자의 입장에서 <연애의 발견>은 희한한 드라마였다. 딱히 줄거리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한 회 한 회가 흘러갔고, 그 안을 주인공들의 연애에 대한 농밀한 감정들이 채워나갔다. 심지어 촬영현장에서도 극중 한여름(정유미)을 놓고 다투는 강태하(문정혁)가 옳다, 남하진(성준)이 옳다하고 언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훈남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을 연기한 배우 성준.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힘든 부분은 거기서 시작됐어요. 어디도 치우치면 안 됐거든요. 선을 지키는 게 힘들었어요. 연기를 분석하는데도 해석이 모두 다르고. 이 장면을 연기하는 느낌도 촬영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는 했어요. 제가 현장에서도 그렇게 금세 친해지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내가 모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힘들 때가 있었죠.”

저마다 결점을 가진 인물들이 내놓는 로맨스는 그만큼 양극단의 팬덤도 만들었다. 그는 지난달 9일 방송된 8회에서 여자친구 한여름 앞에사 뒤늦게 만난 안아림(윤진이)을 챙기다 여성시청자들의 융단폭격(?)을 맞았다. 매번 시청자 반응을 모니터하던 그도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욕들이 나왔다. 너무 욕이 많이 나와 속상할 때도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극중 남하진이 한여름에게 멋진 대사나 행동을 하면 “만회했어요! 성공했다!”하면서 촬영 스태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곤 했다.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훈남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을 연기한 배우 성준.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제가 하진이라면 그런 상황을 안 만들죠. 여자친구가 있는데 과거에 인연이 있다고 해도 왜 만나요. 저는 아마 강박적으로 밀어냈을 거예요. 저도 어렸을 적 연애했을 때는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요.”

2012년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이름을 알린 말 그대로 ‘꽃미남’이었던 그는 극중 인물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조금씩 성장해왔다. 이제는 연기에 기술적인 면을 더하기 보다는 진정성을 더하려는 시도도 하고, 배역에 대한 강박없이 마음을 내려놔야 극중 인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됐다. 빠른 시간 안에 스스로 정말 쓸모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배우로 가는 길을 향해 잘 진행되던 인터뷰는 막바지 기자에게 큰 수확을 안겼다.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훈남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을 연기한 배우 성준.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연기자가 안 됐으면, 저 기자도 한 때 꿈꿨어요. 굉장히 멋있잖아요. 꿈의 직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경향신문은 구독한 적도 있는 걸요.”

신문사에 이렇게 빼어난 얼굴의 남자기자라니…. 가당치도 않다. 하지만 그를 언젠가 꼭 일일기자로 섭외해보겠다는 결심이 섰다. 성준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여운을 기자에게 주고 일어섰다. 드라마는 연애의 발견, 성준에게는 연기의 발견, 기자에게는 배우의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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