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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첼시 선수인데…” 3억 사기친 전직 축구선수

2003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나온다. 그는 무일푼으로도 화려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때로는 비행기 조종사, 때로는 의사와 변호사 노릇을 하며 세상을 속였다. 이 영화는 미국의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영국에도 그 못지않은 사기꾼이 있었다.

영국 BBC는 23일 전직 축구선수인 메디 아바림바(25)가 사기 혐의로 기소돼 맨체스터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아바림바는 런던·맨체스터·더비·웨스트요크셔 등의 나이트클럽, 호텔과 사치품 매장에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그런 대우를 받았다. 나이트클럽에서는 “리무진에 지갑을 두고 왔다”며 2600파운드(약 440만원) 상당의 샴페인을 마신 뒤 “내일 다시 오겠다”면서 유유히 사라졌고, 하루에 800파운드(약 135만원)짜리 저택에 머물기도 했다. 의류 매장에서는 2만파운드(약 3400만원)어치의 고급 의류를 주문했고, 헬리콥터를 빌려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여성 4명과 함께 이동하기도 했다.

아바림바가 마법 같은 사기를 벌일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했다. 자신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미드필더인 가엘 카쿠타(23)라고 속인 것이다. 그는 미리 범행 대상들에게 카쿠타의 에이전트라며 연락을 한 뒤 직접 카쿠타 행세를 하며 등장했다. 아프리카계 선수인 카쿠타와 외모가 비슷한 그가 간단한 축구 기술만 보여줘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바림바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날 유명한 축구선수인 줄 알고 특별 대우했다”고 진술했다. 아바림바의 사기 규모는 확인된 액수만 16만3000파운드(약 2억8000만원)에 이른다. 그는 12건의 사기를 시인했으나 확인되지 않은 19건까지 추가 조사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아바림바의 사기극이 씁쓸한 것은 그가 풀럼·크리스털팰리스·더비·올덤·사우스엔드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시티·리버풀 같은 빅클럽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아바림바의 기량이 늘지 않으면서 선수 생활은 유망주로 끝났다. 아바림바의 변호인은 “아바림바가 선수가 된 뒤 주변에 몰린 사람들에게 돈을 흥청망청 썼다”며 “선수를 그만둔 뒤에도 지출 규모가 줄지 않자 사기극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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