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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에게 궁금했던 것…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지요.”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투컷(33)은 최근 일고 있는 호응에 거듭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곁에 있던 멤버 타블로(34)는 “당황스러울 만큼 기쁘다”고 털어놓았고, 미쓰라(31)는 “음반이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분위기까지 좋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에픽하이의 멤버들은 흔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타블로는 “지난 11년간의 음악 생활 중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인 것 같다”며 벅찬 소회를 대신했다.

에픽하이는 지난 21일 0시 2년만에 발표하는 정규 8집 수록곡을 소개하자 마자 각종 음악 차트를 석권했다. 27일 오후 현재에도 주요 차트 대부분에서 신보 타이틀곡 ‘헤픈엔딩’이 1위를, 또 다른 수록곡 ‘본 헤이터’ 등이 2위를 경주하고 있기도 하다.

팬들 사이에서의 기다림은 길었다. 특히 지난 해는 에픽하이의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였지만, 이렇다할 음반 및 대외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년간 많은 일이 있었지요. 제가 슬럼프에 빠져 잠적도 해버렸고….”(미쓰라)

“거의 잡으러 다녔다고 해야할 것이에요. ‘슬럼프’라기 보다는 ‘슬픔’이었지요. ‘시련’이라고 쓰고 ‘실연’이라고 읽으면 될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투컷)

타블로는 “지난해 10월에 음반이 나왔어야 했는데 미쓰라가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던 시기가 있어서 시간이 더 소요됐다”면서 “음악 작업실에 앉히는 데에만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이들은 갖가지 위기를 헤쳐왔다. 타블로는 “돌이켜보니 세 명 모두가 온전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면서 “다른 멤버들이 누군가를 업고 뛰어야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래서 팀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타블로는 최근 가수 이적의 ‘다행이다’를 듣고 새로운 감회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는 “사랑 노래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고 꼭 우리 사는 이야기 같이 들리더라”고 말했다.

미쓰라는 작업 이후 한결 나아졌다. 그는 “차트 순위에 우리 노래가 줄을 서는 것을 보고 (슬럼프를) 극복한 것 같다”고 웃었다.

이들의 음악이 성과를 거둔 것은 그것이 전략적이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일이어서 더욱 뜻깊다. 투컷은 “음악을 계산해서 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랬다면 그것은 제품이지 음악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타블로는 “그래서 우리의 흥행은 순전히 행운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앨범은 ‘신발장’이라는 제목을 갖는다. 타블로는 “신발장은 집을 나갈 때, 그리고 돌아올 때 늘 거치는 곳이면서도 동시에 소외받는 공간이기도 하다”면서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잘 어울리는 곳이기도 해서 이를 테마로 삼았다”고 말했다.

앨범은 은유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직설적인 노래로 채워졌다. ‘본 헤이터’에는 각종 욕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19세 미만청취 불가’라는 표식을 앨범 표지에 붙였다.

타블로는 화제의 곡 ‘본 헤이터’에 대해 “여러 래퍼들에게 하고 픈 말을 맘껏 하라고 주문한 뒤 완성한 노래”라면서 “래퍼들마다 악플러. 권리자, 혹은 인생을 가로막는 훼방꾼 등을 겨냥하며 속시원한 이야기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타블로는 패악했던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노래속에서 언급한다.

타블로는 “음반에는 부정적인 노래가 가득해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곡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내용이 등장한다”면서 “이 음반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처럼 수록곡 ‘라이프 이즈 굿’을 표기할 때에는 ‘복수’라는 단어에 ‘X’표를 치고 그 옆에 ‘라이프 이즈 굿’이라는 단어를 적어 두기도 했다.

앨범에는 여러 실력 있는 가수들이 피처링 가수로 동참했다. 래퍼 얀키, 가수 윤하, 밴드 넬의 김종완, 래퍼 빈지노, 버벌진트, 개코 비아이, 모노, 바비, 박재범, 그룹 빅뱅 멤버 태양 등이 목소리를 보탰다.

그사이 멤버 타블로의 예능 프로그램 활동도 두드러졌다. 타블로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다보니 내가 래퍼인지 모르는 분도 굉장히 많더라”면서 “tvN <쇼미더머니>를 통해 ‘하루 아빠가 랩도 하네’란 말을 듣기도 했다”고 웃었다.

타블로와 투컷은 이미 가정이 있다. 두 사람 모두 2세들이 음악을 하고자 한다면 적극 도울 마음이 있다고 한다. 타블로는“음악은 힘들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에 축복받은 일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또 “하루가 거울 앞에서 프리랩 같은 것을 해서 이를 영상으로 찍어 래퍼 도끼와 더콰이어에게 보냈더니 ‘리듬감이 쩐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 말미 ‘자문자답’을 부탁하자, 멤버 투컷은 타블로에게 “5년만에 하는 단독 공연이 매진됐다면서요?”라고 물었다. 타블로는 “순식간에 매진이 돼 한 회를 더 늘였다”고 능성스럽게 답하면서 껄껄 웃었다.

이들이 5년만에 갖는 공연은 11월14일~16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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