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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최동원-2014년 범가너, 누가 더 ‘무쇠팔’이었을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에 21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0.43) 투구를 펼친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25)의 신들린 활약을 앞세워 통산 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주인공은 단연 범가너였다.

범가너는 완봉승 이후 불과 이틀의 휴식이었지만 그의 어깨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984년 한국시리즈 4승을 기록한 롯데 최동원을 연상케 할만한 괴력이었다.

과연 1984년 최동원과 2014년 범가너는 누가 더 ‘무쇠팔’이었을까?

최동원

△1984년 한국시리즈

롯데의 최동원은 한국시리즈에서 나홀로 4승을 따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정규시즌에서 27승13패 6세이브 방어율 2.40, 탈삼진 222개를 올리며 에이스로 활약했던 최동원은 삼성과의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자신의 팔로 끝내며 롯데 우승의 영웅이 됐다.

그해 9월30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에 등판한 최동원은 한국시리즈 사상 첫 4-0 완봉승을 이끈다. 다음날 2차전에 삼성 김일융의 호투에 밀려 2-8로 패한 롯데는 10월3일 부산에서 열린 3차전에 다시 최동원을 선발로 내세운다. 최동원은 기대에 부응하듯 호투를 펼치며 9이닝 2실점의 완투승을 따낸다. 롯데의 3-2 승리.

4차전은 또다시 삼성의 7-0 승리. 10월6일 잠실서 열린 5차전에 롯데는 최동원을 다시 투입했지만 2-3으로 패하고 만다.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벼랑에 몰린 롯데는 10월7일 열린 6차전에서 임호균에 이어 5회부터 최동원을 구원등판시켜 6-1 승리한다. 최동원이 한국시리즈 3승째를 거둔 순간이었다.

이틀 후 벌어진 7차전에서도 롯데는 최동원을 선발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둔다. 이미 체력은 바닥났지만 혼신의 역투를 펼쳐 팀에 6-4 승리를 안기며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었다. 최동원은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에 등판, 4승1패 방어율 1.80의 놀라운 성적을 낸다.

현대야구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최동원은 그렇게 ‘가을의 전설’이 됐다.

△2014년 월드시리즈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7차전이 열린 30일 미국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 샌프란시스코가 3-2로 앞선 5회초 샌프란시스코의 공격이 시작되려고 할 무렵, 샌프란시스코 불펜에 매디슨 범가너(26)가 등장하자 캔자스시티 더그아웃이 술렁였다.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 5차전에서 완봉승을 따냈고, 월드시리즈 통산 4경기 4승 방어율 0.29를 기록중인 범가너의 존재는 불펜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캔자스시티에 부담 그 자체였다. 마치 과거 선동열이 해태에서 뛰던 시절, 불펜에 모습만 드러내도 상대의 기를 죽였다는 그것과 흡사했다.

범가너는 기를 죽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등판했다. 그리고 팀을 끝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범가너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보치감독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

범가너는 5회 팀의 두 번째 투수 제레미 아펠트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 5이닝을 2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팀의 3-2 승리를 지킴과 동시에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만 2승 1세이브를 거뒀다. 샌프란시스코는 통산 8번째 우승이자 2010년대 들어서만 3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월드시리즈에서 선발 투수가 한 경기 7이닝 이상을 던진 뒤 이틀 이하의 휴식을 취하고 7차전에 등판한 것은 각 리그가 지구제를 채택한 1969년 이후 범가너가 5번째다. 하지만 2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범가너가 처음이다. 또 범가너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52.2이닝을 던져 2001년 커트 실링(애리조나·48.1이닝)을 제치고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이닝 기록도 세웠다.

범가너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 방어율 0.43을 기록하며 의심의 여지 없이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다. 투수가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은 2008년 콜 해멀스(필라델피아) 이후 6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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