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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을 물들인 넥센 팬들의 '자줏빛 물결'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쪽이 유리하다고 한다. 많은 홈팬들이 내지르는 응원과 함성은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할 맛 나게 한다.

지난 24~25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4차전에서 NC는 일방적인 LG 팬들의 응원이 가져오는 압박감과 싸워야 했다. 당시 3루 관중석 일부만을 채웠던 NC와 LG 팬들의 비율은 거의 1대9에 가까울 정도로 LG 팬들이 많았다. NC 선수들이 “이렇게 LG 팬들만 있는 것 같은 느낌에서 경기하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한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넥센과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30일 잠실구장. LG 팬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1루 관중석은 물론이고 외야까지 LG 팬들의 들고 있는 노란 수건으로 노란 물결을 이뤘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팬들이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2014.10.30 /목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3루 관중석을 채운 넥센 팬들의 숫자도 많았다. 넥센 팬들은 1~2차전 목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넥센을 상징하는 분홍색 막대기와 수건, 그리고 넥센 응원기를 들고 3루 관중석을 자줏빛 물결로 채웠다. 적어도 3루 관중석 만큼은 LG 팬들의 노란 물결이 없었다.

2007년 해체한 현대를 끌어안고 2008년 새롭게 창단한 히어로즈는 2010년 넥센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은 뒤 5시즌째 이어오고 있다. 2008년 연고지를 지금의 목동으로 이전했지만, 서울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돼 잠실의 터줏대감이었던 LG와 두산보다 그 팬 수가 현저하게 적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쏟아져나오고 성적도 좋아지면서 넥센의 팬 수가 몰라보게 늘었다. 물론 LG와 두산에 비한다면 절대적인 숫자에서는 아직 많이 밀리지만, 적어도 “넥센은 홈 경기도 원정 경기처럼 한다”는 비아냥은 이제 없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패한 뒤 “잠실에 LG 관중들이 많이 올 것 같지만 우리 팬들도 많이 와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잠실 3루 관중석을 물들인 넥센 팬들의 자줏빛 물결은 몰라보게 달라진 넥센을 증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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