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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서 PO까지…기적 같았던 LG의 2014년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

LG는 올해 이 마법의 주문을 외며 꼴찌에서 4강으로 올라가는 기적을 만들었다.

10년 동안 그렇게 애를 써도 빠져나오지 못한 암흑기를 지난해 탈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선 LG는 올해 꼴찌로 시즌을 출발해 4강으로, 그리고 3위 NC를 누르고 플레이오프까지 거침없는 행진을 펼쳤다. 1997~1998년 이후 16년 만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잠실구장을 유광점퍼 물결로 가득 채웠다.

기대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서 거둔 성적이었기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LG는 올시즌을 꼴찌로 출발했다. 개막 직후인 4월초 6연패에 5연패를 반복하면서 한화보다 아래로 내려가 9위로 처졌다. 그 결과 개막 17경기 만에 사령탑이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약 20일 동안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하며 올시즌이 불투명해졌다. 맡아놓고 꼴찌를 하던 예전 그 시절로 단숨에 돌아간 것 같았다. 개막 한달 만에 정신없이 벌어진 지난해 정규리그 2위 팀의 추락은 프로야구 전체에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새 사령탑을 선임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5월11일 양상문 감독이 선임되면서 새 선장을 맞은 LG의 질주가 시작됐다.

지난해 4강 경험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 꼬이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져있던 선수들에게 양 감독은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표어를 내걸었다. 리더를 다시 맞은 LG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양 감독이 오기 전까지 10승1무23패로 승률 3할을 겨우 유지하던 LG는 이후 14경기에서 7승7패를 거두며 5월을 마쳤다. 6월에도 10승11패로 약 5할 승률을 맞추며 6월13일 처음으로 꼴찌를 벗어난 LG는 6월말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6월29일 SK전부터 7월5일 NC전까지 6연승을 달리며 올라서더니 7월13승7패, 8월12승9패로 승률을 높이기 시작했다. 순위도 7월3일 7위, 7월29일 6위, 8월4일 5위로 올라서더니 8월22일 4위를 차지했다. 두산, 롯데, KIA에 8월말에는 갑자기 치고 올라온 SK까지 무려 5팀이 펼친 4강 레이스에서 LG는 4위에 올라선 이후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은 채 시즌 종료 1경기를 남겨놓고 결국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시즌 방어율 4.22로 9개 팀 불펜 중 1위를 지킨 LG는 안정적으로 3위를 일찍 결정짓고 올라온 NC를 상대로 완벽한 불펜의 승리를 거뒀다. 10년을 무명 백업 포수로 지냈던 최경철이 스타로 등극하는 ‘스토리’까지 만들었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강타선 넥센을 맞아 잘 싸웠다. 그러나 2014년 LG의 기적은 여기까지였다.

4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 6차전 명승부를 펼친 2002년의 추억을 재현하고 싶었지만 한국시리즈 그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섰다.

플레이오프 1차전 대타 윤석민에게 3점 홈런을 맞고 진 LG는 2차전 선발 신정락의 깜짝 호투로 넥센 타선을 봉쇄해 1승1패를 만들었다. 그러나 3차전에서 강정호와 유한준에게 솔로홈런, 4차전에서는 김민성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결국 한국시리즈 티켓을 내줬다.

우여곡절 많았던 7달 긴 여정, 한국시리즈에는 가지 못했지만 꼴찌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간 LG는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며 2년 연속 가을 야구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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