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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방승호 교장의 마음의 반창고-아이들에게 친구라는 것은 두 번째 이야기

전학 온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해 후속 상담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전학 문제로 상담한 학생이 25명이 되네요.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가 대부분입니다. 전학하기 전에 ‘전학 꼬리표 떼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변화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한 달 지난 후에 출결을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전학을 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무단지각·결석이 많은 아이들입니다. 다행히도 한 달 후에 출결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졌습니다. 40일 이상 무단지각·결석하였던 아이가 질병결석 2회로 줄어드는 기적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중화고등학교 방승호 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화동 중화고등학교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지난주에는 3월 말에 전학온 미정이를 만났습니다. 작은 체구에 동그란 얼굴을 가진 미정이는 피곤한 모습으로 상담실에 들어왔습니다. 감기에 걸렸다고 합니다. 오랜만이라고 하며 말을 먼저 걸었습니다. 바로 밝은 얼굴로 대답을 했습니다. 엄청 잘 지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궁금했다. 전학 후에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해서 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잘 지냈다고 하니 정말 좋다”며 “어떤 점이 전에 학교 다닐 때와 다르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전학 오기 전에는 친구도 없었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고칠 수가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전학 오고 나서는 친구들과 사귀고 등교시간도 빨라지니까 기분이 좋고 학교가 기다려지고 좋다고 합니다. 미정이에게 변화를 일으킨 핵심은 친구였습니다. 방학 때도 학교에 오고 싶다고 말해 전 학교에서 만나던 친구들이 아주 의아해했다고 합니다.

다시 궁금해 물었습니다. “네가 이렇게 변화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것이 무엇이냐”고. 신이 난 미정이는 아픈 것도 잊은 듯 “예전 학교에서는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고 합니다.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털어놓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많이 생겨서 학교 오는 것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전학 첫날이 정말 고맙다고 했습니다. 정말 긴장했는데, 그날 시험이어서 쉬는 시간이 20분 정도 됐는데 쉬는 시간에 같은 반 여자애들에게 학교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고, 이후 마주 칠 때마다 웃어주고 밥도 같이 먹어줘서 마음을 열기가 편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했습니다. 전에는 꿈도 없고 복학이란 자체를 안 좋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적응도 잘하고 관심 가는 분야도 점점 생기니까 뿌듯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요즘은 애견 미용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노력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것이면 정말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점점 생긴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기대감이 생긴 것은 중학교 때부터 키워온 강아지가 반복하면서 알려 주었더니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들을 줄 알고, 강아지가 새끼를 낳아서 커가는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면서 그쪽으로 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미정이와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말 애견미용사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말했습니다. 상담을 마치면서 동물병원 미용사 언니에게 좀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보고 다음에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약속도 했습니다.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있어 좋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어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버팀목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활짝 웃음을 지었습니다.

전학 꼬리표를 떼어주기 위해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편지형식으로 쓰게 한 다음, 몇 가지 모험놀이 상담한 것이 전부였는데 아이는 스스로 잃어버렸던 자신을 회복했습니다. 미정이와 하이파이를 하고 헤어지면서 가슴에서 뭉클한 사랑을 선물받았습니다.

<내 면속의 자신과 대화하는 모험놀이 상담 방법>

1. 자신의 과거, 미래, 현재에 대해 써 봅니다. 각각 노트 1장 정도를 씁니다.

2. 쓴 것을 자세히 봅니다.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한 것이 있는지도 봅니다.

3. 주말에 1시간 이상 자기와의 데이트를 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나는 비록 이 문제로 힘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런 나를 온전히 받아들입니다”를 세 번 눈을 감고 반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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