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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베이스볼] 삼성 박해민, 벙어리 장갑에 담긴 소망

삼성 외야수 박해민(24)의 벙어리 장갑 속에는 그의 소망이 담겨있다.

박해민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번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박해민이 7번 타자로 나간다. 타격 연습 때 치는 걸 보니까 괜찮더라. (배트를) 잘 돌렸다”고 했다.

삼성 박해민이 왼손에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박해민은 손에 부상을 안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박해민은 왼쪽 넷째 손가락을 다쳤다. 손가락 인대 50%가 손상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박해민은 3차전에 출전을 강행했다. 지난 7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0-1로 뒤진 8회초 1사후 최형우의 대주자로 나섰다. 부상을 입은 왼손에는 검은색 벙어리 장갑을 꼈다. 그리고 이승엽의 안타 때 홈까지 전력질주해 득점까지 올렸다. 이날 삼성의 승리를 이끈 귀중한 동점 득점이었다.

4차전에는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5차전에는 선발 출장하게 됐다. 5차전 승리를 위해 양팀이 사활을 건 상황에서 삼성이 내민 카드는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은 경기를 앞두고 “타격을 할 때는 크게 충격이 없는데 수비를 할 때는 조금 불편하다”라고 했다.

이날 벙어리 장갑을 왼손에 껴보인 박해민은 “김평호 코치님이 구해주셨다”며 웃었다.

손가락 부상으로 통증도 있지만 불편함도 따른다. 공수 교대 때마다 중지와 약지를 고정시키는 테이프를 뗐다 붙였다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를 시작하게 되면 손가락 부상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3차전때도 그랬다. 박해민은 “그땐 다쳤든 아니든 무조건 뛰었을 것”이라며 “나는 뛰어다니는 역할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 타석을 소화한 것이 타격에 대한 걱정도 줄여줬다. 박해민은 “한 타석을 나가보니 문제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괜찮아져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박해민은 도루를 할 때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면서 왼손으로 베이스를 찍는 습관이 있다. 부상 부위가 신경이 쓸 법 하지만 박해민은 벙어리 장갑을 끼고서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할 예정이다. “무조건 이겨야한다. 오늘이 중요한 경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가든 못 나가든 이기면 된다”고 했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 수비가 포인트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박해민은 “잠실구장이니까 수비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마음을 다졌다.

일단 부상 부위 치료는 시리즈가 끝나면 전념할 계획이다. 그전까지 박해민의 머릿 속에는 승리를 향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왼손에 입혀진 벙어리 장갑이 박해민의 의지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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